제값 주고 산다, 왜? ‘착한 상품’이니까

문주영 기자

이윤보다 더 높은 가치

공정무역 인증 원료 제품

커피 전문점 등 늘어

무역에서도 이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게 있다. ‘공정한 거래’라는 뜻의 공정무역(Fair trade)은 저개발 국가의 구조적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민운동의 하나다. 다국적기업들은 커피·코코아·사탕수수 등 농산물을 값싸게 사서 가공처리한 후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정작 생산자들은 제값을 받지 못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값 주고 사먹는’ 윤리적 소비가 바로 공정무역이다.

1946년 미국 시민단체인 텐사우전드빌리지가 푸에르토리코 자수 제품을 판매한 게 공정무역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영국 옥스팜이 1950년대 후반 중국 피난민과 동유럽 국가에서 생산된 수공예품을 판매하면서 본격화했다. 2013년 기준 세계적으로 125개국에서 3만개가 넘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55억유로(6조6000억원)가량이다. 영국을 비롯해 독일·프랑스·네덜란드·아일랜드 등 유럽 판매량이 가장 많다.

국내에선 2000년대 들어 일부 시민단체가 도입했다. 아름다운가게가 2003년 아시아 국가의 수공예품을 판매했고, 2004년 두레생협연합회가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을 들여왔다.

네팔 커피 생산지인 굴미 지역민들이 ‘공정무역 사랑해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부터 이곳 협동조합연합과 커피를 거래해오고 있다. | 아름다운커피 제공

네팔 커피 생산지인 굴미 지역민들이 ‘공정무역 사랑해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부터 이곳 협동조합연합과 커피를 거래해오고 있다. | 아름다운커피 제공

국내 시장 규모는 200억원 정도로, 태동 단계다. 제품으로 커피가 가장 많고, 초콜릿·코코아·설탕·견과류·후추 등이 판매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설립한 공정무역 브랜드 아름다운커피를 비롯해 기아대책 행복나눔,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한국YMCA 등 8개 단체가 발족한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 사단법인 한국공정무역연합회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스타벅스처럼 커피 사업에 주력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사 매장 한쪽에 공정무역 마크가 찍힌 완제품을 수입해 파는 정도다. 국제공정무역기구(FLO) 한국사무소 정종원 이사는 “먹거리를 넘어 꽃·보석·금 등 공정무역 제품이 다양한 서구와 달리 국내에선 아직 종류가 적고 소비자 인식도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커피 ‘이퀄 페루 코코아’

아름다운커피 ‘이퀄 페루 코코아’

최근 국내에서도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원료를 구입해 최종 제품을 만든 후 추가로 FLO의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 사례가 생겨났다. FLO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아이쿱생협의 커피와 어스맨의 말린 체리가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다. 아름다운커피가 공정무역 원료를 이용해 만드는 초콜릿도 현재 인증 심사 단계에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일색인 커피 전문점 시장에선 한두 해 전부터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인 ‘띵크커피’ ‘퓨로커피’ 등이 생겨나고 있다.

자메이카 레게가수인 밥 말리 아들 로한 말리가 운영하는 ‘말리커피’도 최근 서울에 2개의 점포를 열었다. 이 업체는 이달부터 병에 담긴 제품을 편의점 CU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 카페를 내건 ‘소셜 프랜차이즈’ 사업을 올해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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