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민주노동당의 평양행

해방의 기쁨도 잠시, 분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1948년 4월19일 백범 김구 선생은 평양에서 열리는 전조선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교장을 나섰다. “북한의 빨갱이도 김일성이도 다 우리들과 같은 조상의 피와 뼈를 가졌다. 이 길이 마지막이 될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나는 이북의 우리 동포를 뜨겁게 만나봐야 한다”며 38선을 넘었다. 남북 연석회의에서는 미국과 소련 양군의 즉시 철군과 단선(單選) 단정(單政) 반대를 결의했다. 서울로 귀환한 김구 선생 등을 기다린 것은 회유와 협박, 테러의 위협이었다. 하지만 김구 선생은 남북 연석회의를 ‘독립운동의 신발전’으로 매김했다. 설령 당대에서는 남북 연석회의가 실패했는지 모르지만, 그 실패는 통일로 가는 원틀을 이뤘다는 점에서 ‘독립운동의 신발전’이었다.

그후로 57년 만에 민주노동당이 남북정당교류의 길을 텄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조선사회민주당의 초청으로 23일 평양을 방문한다. 6·15 공동선언 실천과 민족공조 및 남북정당사회단체들의 교류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최종 과녁은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가 천명한 대로 ‘평화와 자주통일’일 터다. 분단 이후 민간과 정부 당국의 교류는 갖은 곡절에도 결국은 진전되어 왔다. 하지만 유독 정당 교류는 전무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방북은 의의를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8·15 민족대축전에서 보여준 남북 화해의 신기운 못잖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알력과 이해 관계는 더욱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남북 관계는 민족이라는 가치만으로도, 남북 정권의 필요만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구조이다. 이런 즈음에 민주노동당이 일군 정당교류가 김구 선생의 비원인 평화와 통일의 ‘신발전’의 기틀을 세우기를 기대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