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과 고문으로 얼룩졌던 '남산'…'남산예장공원'으로 돌아왔다

류인하 기자
남산예장자락 야경. 서울시 제공

남산예장자락 야경. 서울시 제공

일제의 침략역사와 군사정권의 각종 고문으로 얼룩졌던 남산 예장자락이 ‘남산 르네상스’ 공사 12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옛 중앙정보부 6국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서울광장의 2배 규모인 1만3036㎡ 녹지공원이 조성됐다. 공원 하부 지하에는 남산 일대를 달리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 정차 환승센터와 40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도 조성됐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이 늘면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과거 남산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과 녹천정, 주자소 등이 있던 곳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되고 일본인 거주지가 조성되면서 급격히 훼손됐다. 1961년 이후에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들어서면서 각종 고문과 탄압이 자행됐고, 시민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로 변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인 2009년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남산의 생태환경과 전통 역사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시 관계자는 “당초 예정보다 예장자락의 완공이 늦어진 것은 남산경관을 가리고 있던 기존 건물과 시설을 철거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사가 지연된 덕에 오 시장이 시작한 ‘남산 르네상스’사업이 12년 만인 9일 오 시장의 손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게 됐다.

남산예장공원 입구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명동에서 공원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지상 녹지공원에는 남산의 고유수종인 소나무 군락을 비롯해 18종의 교목 1642주, 사철나무 등 32종의 관목 6만2033주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풍성한 녹지를 회복했다.

남산예장공원 전경. 서울시 제공

남산예장공원 전경. 서울시 제공

중장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는 ‘기억6’공간이 조성돼 과거 고문의 역사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산예장공원 조성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도 그대로 보존했다.

공원 하부 지하공간에는 ‘이회영 기념관’을 조성했다. 시는 이날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함께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도 동시에 개최했다. 이회영 기념관에는 체코 주한대사로부터 전달받은 각종 무기도 전시된다. 전시되는 총 등 무기는 봉오동·청산리 전투 때 쓰인 것과 같은 종류다.

이회영 기념관 내부 전경. 서울시 제공

이회영 기념관 내부 전경. 서울시 제공

기념관 내부에는 ‘난잎으로 칼을 얻다’는 이름의 상설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대한제국의 교육인이자 사상가, 일제강점기 시대 아나키스트 계열의 독립운동가였던 우당 이회영 선생과 여섯 형제들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전 재산을 처분해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로 이주,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신흥무관학교는 1920년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3500여 명의 독립투사를 길러냈으며, 이들이 주축이 된 독립군들이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우당은 난을 그려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설전시관을 방문하면 우당이 그린 묵란(墨蘭)과 낙관, 가명으로 보낸 친필 편지봉투, 신흥무관학교 교관 및 학생들의 사진과 약력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자필로 쓴 경주 이(李)씨 족보를 비롯해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이 남긴 항일독립운동 기록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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