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조르주 멜리에스, 달세계 여행, 1902, 14분

조르주 멜리에스, 달세계 여행, 1902, 14분

다누리호가 과학장비를 탑재하고 달세계로 출발했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달의 지형정보를 꼼꼼하게 파악하여 2030년 예정하고 있는 한국형 달 탐사선의 착륙 지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섀도 캠은 1년 내내 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면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의 자원을 분석하여 달 원소 지도를 제작한다. 자기장 측정기는 달의 자기장을 탐색하여 달 자기장 지도를 획득하고 달의 생성 원인을 비롯한 우주환경을 연구한다. 우주 인터넷 검증기는 실시간으로 지구 심우주 통신용 안테나와 교신한다. 광시야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의 입자와 우주선의 영향을 분석한다.

더 많은 탐사선이 달을 탐사할수록 우리는 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조르주 멜리에스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토대로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을 제작했을 때, 그가 상상하고 구현한 달의 모습과 지금 우리가 알아가고 있는 달은 확실히 다르다. 그렇지만 온전히 다르다고 단정하기에 여전히 ‘달’은 상상력과 호기심의 보고다. 달의 얼굴 한쪽 눈에 가서 우주선에서 내린 여섯 명의 학자들은 아기자기한 풍경의 달 위에서 저 멀리 지구를 바라보면서, 별이 뜨고 지고, 해가 스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환호한다. 이불을 꺼내 잠들고 여신이 흩뿌리는 눈발을 즐긴다. 극장을 운영하며 마술사로 활동한 멜리에스가 그의 아이디어를 촘촘하게 짜서 만든 영상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우주를 바라보며 인류가 펼쳐 온 각양각색의 상상과 이야기는 어지간해서는 퇴색하지 않는다. 역사는 과거의 상상과 실험을 삭제하기보다 축적하는 방식으로 엮인다. 옥토끼와 달의 여신은 모두 여전히 과학과 더불어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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