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기반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임춘택|KAIST 교수·과학기술정책

우리는 영토가 비좁고 부존자원도 빈약하지만, 우수한 인적자원만으로 선진국의 문턱을 밟았다. 세계 4위의 특허강국이고 7위의 수출대국이며, 과학기술과 국방력도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인구 정책은 양적 조절에 치우치면서 시행착오와 전략 부족을 드러냈다. 그 결과 3개의 봉우리로 된 큰 산을 1개의 작은 산이 뒤따르는 기복이 심한 인구분포를 낳았다.

[시론]인구 기반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봉우리는 해방 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로, 1960년생이 101만명으로 최고점을 찍는다. 두세 번째 봉우리는 제3공화국의 산아 제한정책 여파로 10만명 이상이 줄었다 늘었다 반복하며 생긴 것이다. 연간 70만명 이상인 1954~1984년생 인구는 현재 247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0.6%다. 이들 ‘3봉 세대’가 진학을 할 때마다 치열한 입시전쟁이 벌어졌고, 졸업할 때가 되면 취업전쟁, 결혼을 하면 전세대란과 부동산 가격 폭등이 벌어졌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급격한 인구변동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인구가 유일한 자원인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가 요원하다. 인구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우선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후 관리가 현안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28%는 제조업에 몸담고 있다. 이들은 노후생활 준비가 부족해, 보건·복지 지출 증가가 예견된다. 이 문제를 일본과 미국은 각각 정년연장과 퇴직연금으로 대처했는데,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우리에게는 더욱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노동경제 시대에서 지식경제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육체노동 시대와는 달리 지식경제 시대에는 정년이 따로 없다. 20년 이상의 현장경험과 고급기술을 가진 창조형 인재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한다.

지식경제형 인재로 전환되도록 고급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형 창업을 지원하며, 지역대학을 통한 차세대 직업교육 기회를 확대하면 ‘경제적 고령화’를 늦출 수 있다.

한편 1987년에 64만명까지 감소했던 출생인구는 1993년에 72만명으로 늘어난다. 1990~2000년에 출생한 베이비붐 2세대는 현재 72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8%다. 초등학교 교실은 학급당 30명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 중·고등학교는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주체하기 힘들다. 이제 대학과 군대가, 그리고 5년 후에는 취업과 결혼으로 북적이게 된다. 30년 전 베이비붐 1세대의 고통이 2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베이비붐 1세대 문제를 국가가 외면한 결과, 연령마다 10만명 이상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출생인구가 많았던 1960년생은 15만명 이상이나 감소했다. 이를 막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첫째, 대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약간 늘려야 한다. 입학 인원이 최대 15%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둘째, 군 복무기간을 추가로 단축해야 한다. 현재대로라면 10명 중 약 3명이 군복무를 못하게 되고, 병역 불평등 문제는 국가안보 약화로 이어진다. 셋째, 사회투자형 일자리를 국가가 창출해야 한다. 30만명 이상의 급격한 일자리 추가는 일반 기업만으로는 힘들다.

한편 10년 후 인구 급감에 대비해 대학은 지식창조형 인재 양성체제로 전환하고, 군대는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정예화하고, 기업은 글로벌 기술경영 체제로 혁신돼야 한다. 또 21세기 후반까지 인구 5000만명을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연간 60만명 이상의 출생인구를 확보할 미래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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