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곡리 20여명 암 사망” 고엽제에 의심의 눈

박태우 기자

칠곡 미군기지 ‘매립’ 잇단 의혹·증언

“10여년간 집안 식구 4명이 모두 암으로 사망했는데….”

2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캠프 캐럴) 인근 마을인 아곡리. 이 마을 새마을 지도자 이상기씨는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 마을 김씨 집안에서 네 식구가 줄줄이 암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 김모씨는 “바로 시숙과 시동생 두 명,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암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엽제 매립의혹이 일고 있는 캠프 캐럴 인근마을에서 암 같은 질병이 잇달아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또 고엽제와 같은 독극물을 묻었다는 증언과 의혹도 속출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에 암발생이 많은 것이 고엽제 때문이 아니냐”고 극도의 불안감에 떨고 있다. 다이옥신을 함유한 독성 제초제인 고엽제는 인체에 흡입되면 각종 암을 유발하고 신경계 마비, 피부 질환 등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아곡리 20여명 암 사망” 고엽제에 의심의 눈

◇ “한집안 4명이 잇달아 암으로 숨져” = 캠프 캐럴을 끼고 있는 칠곡지역 주민들은 질병 발생 및 사망 원인 등과 고엽제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캠프 캐럴과 바로 붙어 있는 아곡리에서는 실제로 집안 식구 4명이 잇달아 암으로 숨진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암으로 계속 죽었어도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립 소식을 듣고 나서 묘한 생각이 들었어요.”

새마을 지도자 이씨는 “김씨 집안뿐 아니라 2년 전에도 마을 사람 2명이 암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이 마을 주민 김모씨도 “10여년 전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데 이어 나도 유방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면서 “고엽제의 영향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찔마을, 박실마을, 등태마을 등 3개 자연마을로 구성된 아곡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 이 마을 주민은 “최근 30여년간 20여명이 간암과 폐암 등 각종 암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들도 그동안 폐암과 간암, 갑상샘암으로 숨지거나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지문 왜관읍장은 “아곡리 주민들이 고엽제 매립 보도 이후 몹시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역학조사 등을 통해 주민건강과 상관관계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파묻었다” 증언 잇달아 = 또 왜관읍 왜관리에 거주하는 강모씨도 “1960~70년대에 미군이 기지 내에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파묻었다”는 얘기를 군무원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72~75년 카투사로 복무했다는 또 다른 박모씨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그는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해골 마크가 붙어 있고 독극물이라고 쓰인 드럼통을 부산항 미군전용부두에서 하역해 칠곡 캠프 캐럴과 동두천 미2사단, 성환 탄약기지창 등에 갖다준 적이 있다”고 또렷하게 증언했다. 그는 전역한 뒤 지금까지도 고엽제 질환과 비슷한 증세인 다리와 목 등에 중증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세호 칠곡군수는 “주민들의 의견 청취와 피해사례 등을 수집해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규명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스티브 하우스의 추가 폭로 = 78년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묻었다고 증언한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78년 이전에도 고엽제가 매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우스는 2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증언자들이 제기한 78년 이전의 추가 매립 가능성에 동의한다며 “이와 관련한 근거는 변호사에게 이미 얘기했고 어떤 시기가 온다면 이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당시 매립한 고엽제가 205ℓ들이 드럼통으로 600여개이고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가 포함됐다”면서 “매립 당시 오염을 막기 위한 보강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고엽제를 묻으라고 지시한 직속상관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밝힐 단계는 아니다. 변호사에게는 이미 이름을 알렸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경북도, 국립환경과학원, 민간인 대표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 조사단이 23일 오후 캠프 캐럴 기지 내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미군들과 함께 캠프 내의 지형, 물 흐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답사 격의 조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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