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에 “식량 더 달라” 김정일 사후 뉴욕채널 통해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북한이 지난해 말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과 추가 접촉을 하고 미국이 제시한 대북 식량지원 계획보다 더 많은 양을 지원해줄 것과 지원 품목에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 비중을 늘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은 7일 “지난해 말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 간 접촉이 또 이뤄졌다”면서 “내용은 대북 식량지원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지원을 원하고 있으며 지원될 식량에 영양강화제보다 옥수수와 같은 곡물을 더 많이 포함시켜줄 것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 이후 북한은 아직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15~16일 베이징에서 로버트 킹 국무부 인권특사와 리근 북한외무성 미국국장이 참석한 식량 회담을 열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영유아와 취약계층을 위한 영양강화제와 분유, 콩을 매달 2만t씩 모두 1년간 24만t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해 12월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했으며 그 이후에도 최소 1차례 이상 추가 접촉을 가졌으나 식량지원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0만t 이상의 식량지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측은 베이징에서 식량지원 문제를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뉴욕 채널을 통한 북한의 요구는 합의 이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기존 협의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이 식량 지원에 합의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매개로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북한의 대미 외교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3차 북·미 고위급 대화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에 ‘신뢰구축 조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지원에 합의가 이뤄지면 3차 대화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과 결정이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식량지원 협의와 3차 고위급 대화에 대해 김 위원장 사망 전과 얼마나 같은 태도를 얼마나 빨리 보이느냐에 따라 새 지도부의 안정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직전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 가동 정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를 비롯한 미국의 사전조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면 김정은 체제가 김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진 태도를 보이거나 응답이 없다면 기존의 의견 접근은 흐지부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측은 북한이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28일이 지난 뒤 미국과의 핵협상을 재개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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