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마을, 완주 래미안밸리캠핑장

이윤정 기자

이름이 ‘아파트’를 연상시키지만 래미안밸리캠핑장은 비포장도로를 4km가량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깊은 산 속에 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내려오는 숲속 마을 캠핑장에서는 대둔산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습니다.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에는 새로 생긴 캠핑장이 많습니다. 대둔산 기암봉이 눈앞에 펼쳐진 마을에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데요. 주민들은 여름한철 인근을 지나는 등산객과 행락객에게 평상을 내주곤 합니다. 최근에는 숲속 방갈로와 펜션들이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캠핑객을 맞고 있는 래미안밸리 캠핑장도 그 중 한 곳입니다.

선녀가 지키던 깊은 산속

고당천 바로 옆에 조성된 래미안밸리캠핑장. / 이윤정 기자

고당천 바로 옆에 조성된 래미안밸리캠핑장. / 이윤정 기자

운주면 일대는 여름철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고당리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가 놓여있지 않습니다. 계곡을 따라 4km가량 구불구불 외길을 지나면 ‘선녀와 나무꾼’ 표지판이 서 있는 ‘삼거리마을’이 나옵니다. 원래 고당리는 ‘시어머니 고(姑), 마당 당(當)’의 이름처럼 ‘고당 할매’가 지키던 곳이라고 합니다.

선녀가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전국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 /이윤정 기자

선녀가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전국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 /이윤정 기자

래미안밸리 캠핑장지기이자 고당리 이장인 김기용씨(61)는 “우리 마을은 예부터 ‘선(仙)자를 즐겨 썼어요. 마을 뒷산에는 ’선녀봉‘이 있고요. 원래 운주면이 아니라 ’운선면‘으로 불렸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고당할매가 지키고 선녀가 나오던 마을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배경이 됐다고도 하는데요. 완주군에서는 고당리 삼거리마을을 ’선녀와 나무꾼‘ 마을로 지정했습니다.

“오면 아름답고 편안해요” 래미안캠핑장

대둔산 자락/ 계곡 건너편에서 캠핑장을 바라보았다. 앞엔 고당천이 뒤로는 대둔산자락이 캠핑장을 감싼다. /이윤정 기자

대둔산 자락/ 계곡 건너편에서 캠핑장을 바라보았다. 앞엔 고당천이 뒤로는 대둔산자락이 캠핑장을 감싼다. /이윤정 기자

운주면 일대에 캠핑장이 속속 생기고 있지만 모두 다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대둔산’ 산행에 중점을 두고 다른 캠핑장을 찾아 나섰죠. 그러나 원래 찾으려던 캠핑장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잔디 훼손’을 이유로 올 여름부터 캠핑객을 받지 않는 거였죠. 다행히 다른 캠퍼로부터 ‘래미안캠핑장’을 소개받았습니다. ‘아파트’ 이름을 연상시키는 캠핑장 이름 때문에 다소 꺼려졌지만 실제 모습을 보면 ‘도시’ 이미지를 전혀 떠올릴 수 없습니다.

김기용 캠핑장지기는 “래미안이 영어처럼 느껴지지만 원래 한자예요. 래미안(來美安), 캠핑장에 오면 아름답고 편안하다는 의미로 쓰기 시작했죠”라고 말합니다. 김씨는 10년 전 고당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는 논농사를 짓던 땅에 김씨는 방갈로와 평상 등을 설치하고 여름 피서객을 맞았습니다.

물놀이/ 벌써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캠핑장 바로 옆에는 고당천이 흐른다. 대둔산 줄기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다. / 이윤정 기자

물놀이/ 벌써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캠핑장 바로 옆에는 고당천이 흐른다. 대둔산 줄기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다. / 이윤정 기자

캠핑장으로 문을 연 건 2011년 가을. 단골이 “텐트를 치기 좋을 것 같다”며 ‘캠핑장’으로 개방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김씨도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 캠핑장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죠. 캠핑장 바로 옆으로는 고당천이 흐르고 뒤로는 대둔산이 감싸고 있습니다. 풍광도 좋고 즐길거리도 많죠. 캠핑장 앞 계곡은 수심이 깊지 않아 여름철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입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캠핑장은 이제 주말이면 캠핑장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

대둔산/ 모내기를 끝낸 논 앞에 대둔산이 펼쳐진다. 대둔산의 기암은 으리으리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이윤정 기자

대둔산/ 모내기를 끝낸 논 앞에 대둔산이 펼쳐진다. 대둔산의 기암은 으리으리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이윤정 기자

래미안캠핑장을 찾았다면 ‘대둔산 산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칭했는데요. 대둔산(878.9m)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경계에 위치했습니다. 수십개 기암봉의 위세와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한 전북 완주 쪽은 1973년 전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요.

완주 쪽 대둔산에는 많은 기암봉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장군봉, 왕관봉, 칠성봉, 쌍칼바위 등 각양각색의 기암봉 사이를 휘도는 등산길은 산행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합니다. 기암봉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에는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이들로 항상 붐빕니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산중턱까지 놓인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요.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의 집단시설지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올라 구름다리~삼선계단~마천대(정상)~칠성봉전망대~용문골로 이어지는 원점회귀코스를 이용하면 대둔산의 절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캠핑Tip. 래미안밸리캠핑장


래미안밸리캠핑장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4km 정도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어렵게 온 만큼 몸과 마음이 즐겁습니다. 우선 캠핑장 바로 앞 계곡에서 다슬기·민물고기 잡이를 할 수 있습니다. 장마 전에는 계곡이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가 놀기에도 좋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계곡은 초등학생 허리춤 정도의 깊이입니다. 캠핑장은 2단으로 계단식 구성입니다. 아래쪽 사이트는 계곡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캠핑장 사이트에는 파쇄석이 깔려 있어 물빠짐이 좋습니다. 나무 그늘도 풍부해 여름철 캠핑하기 좋습니다. 단 계곡 근처에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펙을 단단히 박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는길/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완주 방향으로 온다. 고당리 방면으로 들어서면 비포장도로다. 계곡을 따라 난 외길로 약 4km를 들어오면 ‘래미안캠핑장’ 표지판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179’를 입력하면 된다.

기타정보/
캠핑장 이용료는 원래 2만5000원이다. 마을 앞 도로 포장 공사와 계곡 둑 공사 등 주변이 어수선한 관계로 2012년 6월까지 캠핑료를 2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전기 사용가능. 캠핑장에서는 무선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과 취사장은 각 2동씩 있다. 샤워실에서는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캠핑장은 2단 계단식으로 구성됐다. 파쇄석 사이트와 잔디 사이트가 있다. 계곡 쪽 사이트는 바람이 강하게 불 때도 있으니 펙을 잘 박아야 한다. 인근에 도로가 없어 조용하다. 텐트 30동으로 예약을 제한해 여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장마 전에는 계곡 깊이가 깊지 않아 어린이가 물놀이하기 좋다. 캠핑장지기가 간이매점도 운영한다. 겨울에도 정상 운영된다.


오면 아름답고 편안합니다/ 마치 아파트 이름 같은 캠핑장의 속뜻은 깊다. 한자로 래미안 (來美安), 캠핑장에 오면 아름답고 편안하다는 의미다. 김기용 캠핑장지기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오면 아름답고 편안합니다/ 마치 아파트 이름 같은 캠핑장의 속뜻은 깊다. 한자로 래미안 (來美安), 캠핑장에 오면 아름답고 편안하다는 의미다. 김기용 캠핑장지기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입수의 순간/ 장마 전 캠핑장 앞 계곡은 수심이 얕다. 초등학생 허리춤까지 오는 깊이다. 아이들은 그물을 들고 다슬기와 민물고기를 잡는다. /이윤정 기자

입수의 순간/ 장마 전 캠핑장 앞 계곡은 수심이 얕다. 초등학생 허리춤까지 오는 깊이다. 아이들은 그물을 들고 다슬기와 민물고기를 잡는다. /이윤정 기자

캠핑사이트/ 면적 1500평 캠핑장에는 텐트 30동 정도를 칠 수 있다. 사이트는 2개의 계단식으로 층층이 구성됐다. /이윤정 기자

캠핑사이트/ 면적 1500평 캠핑장에는 텐트 30동 정도를 칠 수 있다. 사이트는 2개의 계단식으로 층층이 구성됐다. /이윤정 기자

황토방/ 캠핑장지기가 직접 만든 황토방. 천에 황토물을 입혀 도배를 했다. 가족이 함께 이용하기 좋다. /이윤정 기자

황토방/ 캠핑장지기가 직접 만든 황토방. 천에 황토물을 입혀 도배를 했다. 가족이 함께 이용하기 좋다. /이윤정 기자

평상/ 래미안밸리 캠핑장은 원래 여름한철 행락객에게 계곡 그늘 평상을 내주던 곳이었다. 단골이 캠핑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라고 추천해 캠핑장으로 문을 열게 됐다. /이윤정 기자

평상/ 래미안밸리 캠핑장은 원래 여름한철 행락객에게 계곡 그늘 평상을 내주던 곳이었다. 단골이 캠핑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라고 추천해 캠핑장으로 문을 열게 됐다. /이윤정 기자

위쪽 사이트/ 2단 계단식으로 구성된 사이트 위쪽. 래미안밸리 캠핑장 사이트에는 파쇄석이 깔려 있다. / 이윤정 기자

위쪽 사이트/ 2단 계단식으로 구성된 사이트 위쪽. 래미안밸리 캠핑장 사이트에는 파쇄석이 깔려 있다. / 이윤정 기자

캠핑의 순간/ 나무그늘 아래 해먹을 펼쳐 놓고 낮잠을 청하는 순간만큼 캠핑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때가 있을까. /이윤정 기자

캠핑의 순간/ 나무그늘 아래 해먹을 펼쳐 놓고 낮잠을 청하는 순간만큼 캠핑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때가 있을까.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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