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2-신국의 땅 신라’

민보라 | 프리랜서 여행작가

70분 동안 경주에서 만나는 신라 1000년

신라 왕들의 무덤이 봉긋하게 솟아 있는 대릉원, 100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신비의 숲, 아름다운 앉음새와 깊은 불심을 자랑하는 신라의 사찰들, 수백 개의 탑과 불상이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산까지. 경주를 표현할 때 ‘천년 고도’ 이상의 말이 또 있을까? 1000년 전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그 시간을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미소 2-신국의 땅 신라’는 무대 위에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살려 여행자들에게 살아 숨쉬는 경주의 모습을 전한다.

경주의 낮이 보존된 신라의 유적과 유물을 보는 ‘관람의 시간’이라면 경주의 밤은 무대 위에 재현된 신라를 보고 그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경험의 시간’인 것이다. 2011년 7월 개막 이후 이미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라를 경험하고 감동을 얻고 박수를 보냈다.

[리뷰]‘미소2-신국의 땅 신라’

이야기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마의 형상이 하늘을 뒤덮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등장한다. 화려한 레이저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그 순간 관객은 무대가 아니라 무대 속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신화의 시대는 어느 새 신라의 천신제로 바뀌고, 무녀들의 춤사위는 선덕여왕과 용춘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이어진다.

공연 내내 배우들은 단 한마디의 대사 없이 춤과 몸짓으로만 어떤 순간에서는 풋풋함을, 또 다른 순간에서는 애절함을 그려낸다. 특히 공연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전쟁 장면에선 함성도 비명소리도 없이 타악기와 대형 깃발, 조명만으로 치열한 전쟁터의 모습을 살렸다.

‘미소 2-신국의 땅 신라’는 7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간다. 색감과 선이 고운 200벌의 한복, 40여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군무, 대사를 대신해주는 몸짓과 한국적인 음악, 신라시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 모두 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관객은 객석에 편하게 앉아 천 년의 신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이미 경주를 둘러보았다면 그 모습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직 둘러보기 전이라면 경주의 유적, 유물이 담긴 신라의 모습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연문의 (054)74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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