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남친’

박은경 기자

대만 남녀 친구 셋의 ‘자유로운 사랑’ 이야기

1985년 여름. 고등학생인 메이바오와 리암, 아론은 대만 남부의 작은 마을에 태어나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선머슴 같은 메이바오는 리암에게 끌리지만 웬일인지 그는 메이바오를 여자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지 편집부인 아론은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계속 검열당한다. 메이바오는 좌절한 아론을 유쾌하게 위로하고, 이를 계기로 아론은 메이바오를 의지하게 된다. “혼자 춤추면 반항이지만 전교생이 춤을 추면 민심을 반영한다”는 아론은 조회 시간에 작은 반란을 시도하고, 메이바오에게도 마음을 고백한다.

<여친남친>은 대만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198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세 사람의 인연과 사랑을 담는다. 1990년 대학생이 된 세 사람은 여전히 학원민주화를 외치면서 시위에 참가한다. 메이바오와 아론은 시위 현장에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후 이들은 저항 대신 평범한 삶에 정착한다. 반항을 외치던 아론은 돈 많은 장인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사위로 전락했다. 메이바오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아론을 여전히 좋아하고, 리암 역시 평범하지 않은 사랑에 빠져 있다.

[리뷰]‘여친남친’

2008년 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인기는 <청설> <별이 빛나는 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 대만 청춘 멜로물의 잇단 개봉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주로 사랑의 순도를 담는 데 집중했으나 <여친남친>은 사랑의 순수함보다는 특수함을 말한다. 유교 사상이 짙은 대만에서 탄생한 영화지만 청춘 멜로 사이에 혼외정사와 동성애, 사생아 등 불륜 소재가 등장한다는 점이 새롭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4개의 시간대로 나누어진 영화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생략하며 드러낸다. 너무 많이 생략하면 부실해지지만 정도를 잘 맞추면 세련돼 보인다. 영화는 후자 쪽에 가깝다. 세월이 흐르며 상황도 바뀌고 사람도 변하지만 모든 사랑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들의 생각은 똑같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여주인공으로 ‘첫사랑의 원형’으로 떠올랐던 구이룬메이(桂綸美)가 남자 샤워실에 몽둥이를 들고 쳐들어가는 등 중성적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제목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영화의 질을 뛰어넘는 제목으로 관객을 ‘낚는’ 경우도 많은데, 영화는 오히려 반대다. ‘여붕우남붕우(女朋友男朋友)’를 그대로 번역, ‘여친남친’으로 바꿨다. 영화의 진중함을 담지 못하고 경박함만 남겼다. 남녀 간의 그렇고 그런 가벼운 청춘물로 이해한 관객이 있다면 순전히 제목 탓이다. 2월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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