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폭우에 한강물 불어나는데 공사 강행 ‘인재’

김여란·곽희양·문주영 기자

강물 차단막 터져 터널로 유입

피해자들 모두 하청업체 소속

서울시 “작업하는지 몰랐다”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상수도관 공사장에서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수몰되는 대형참사가 벌어진 것은 장마철에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발주처인 서울시는 폭우 중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리회사와 시공 건설사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 서울시의 감독 부실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시행하는 이 공사는 노량진 부근 올림픽대로 지하 40m에 직경 1.5m의 대형 상수도관을 부설하는 공사다. 공사비는 180억원 규모로 2011년 9월 시작돼 2014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위탁한 ㄱ감리회사가 책임을 지고 ㅊ·ㅅ·ㅈ건설 등 3개 건설사가 하청업체들과 함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는 최근 계속된 폭우로 한강물이 불어나면서 발생했다. 공사구간 중 한강둔치 쪽에 뚫려 있는 길이 9m·너비 12m 대형 구멍으로 직경 2.2m 공사현장 터널에 한강물이 범람해 들어와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폭우에 한강물 불어나는데 공사 강행 ‘인재’

7명이 작업하던 터널은 강물의 범람에 대비해 차단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밀려드는 강물의 압력에 차단막이 터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터진 차단막을 통해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터널에서 작업하던 7명은 순식간에 물에 휩쓸렸다.

소방당국이 펌프를 동원, 물을 빼냈지만 강물이 계속 유입돼 수위가 줄지 않으면서 구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방당국은 실종된 작업자 6명이 모두 터널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집중호우가 계속돼 한강물이 불어나고 있는데도 공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팔당댐이 물을 방류하면서 한강물이 갑자기 불어날 것이 예상됐음에도 공사를 강행해 인명피해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감리회사 측은 “터널 내부라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번 공사는 감리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전면 책임관리제도’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감리회사가 시공 건설사를 선정하고, 하청업체들이 실제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 이날 사고를 당한 7명 모두 하청업체인 ㄷ사 소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리회사에 일을 맡긴 것이어서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폭우가 계속되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의 최종 책임을 지는 서울시가 공사의 진행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공사현장의 안전수칙 위반, 부실시공 가능성과 함께 서울시의 감독책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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