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 학생들의 절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난 7월8일 국회에서 국회교육희망포럼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박경미, 도종환 의원과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예술대학 교육여건 실태와 지원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효율성과 취업률을 중시하는 대학평가체제가 보편화되면서 예술대학은 늘 구조조정 1순위였다. 예술대학은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록금 환원율 부문에서 다른 단과대학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예술대학의 입시 경쟁률이 여전히 매우 높고, 등록금도 평균적으로 의과대학 다음으로 높은데, 정작 예술대학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지방 예술대학은 폐과, 통폐합, 정원감축의 구조조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읽기]예술대학 학생들의 절규

포럼을 주관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예술대학의 등록금은 국공립대학은 평균 50만원, 사립대학은 105만원이 더 많다. 전임교원 비율은 인문대학과 비교했을 때도, 전국 141개교 중에서 98개교가 낮았다. 등록금을 많이 내는데도, 정작 ‘실험실습비’는 차등등록금의 13.97%, 전체 등록금의 3%밖에 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돈은 훨씬 많이 내고, 혜택은 못 받는 상황인 것이다.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전국의 예술대학생 1만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만이 교육환경에 만족한 반면, 72.8%가 불만족이라는 답변을 했다. 작년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났듯이, 예술대학은 위계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온상이 되었다. 예술대학은 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학생들은 창작의 미래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하는 것인가?

예술대학 학생들의 절규와 예술대학의 열악한 환경을 꼼꼼하게 분석한 자료를 접하면서 내심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예술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교수들이 그동안 특별히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활동에 격려는 못할망정 겁박을 했다고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대로라면 예술대학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기는커녕 성희롱, 성폭력의 가해자로, 교육과정의 무능한 스승으로, 예술현장의 위계적 권력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더 이상 부끄럽기 전에, 예술대학의 미래를 위해 교수들이 나서야 할 때다. 나는 예술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예술전공 학생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교육-창작-현장이 유기적으로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예술대학이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 예술의 현장은 급격하게 바뀌었는데, 학교의 교육과정은 30~40년 전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프로덕션 시스템은 예술대학을 상업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학교 안에서 교육과 창작과 제작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게 목표이다.

둘째,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종합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예술가들의 창작 지원, 무대가 아니더라도 예술전공을 살려서 다양한 사회진출을 이끌 수 있는 활동지원,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마련해주는 생활지원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술대학의 새로운 교육·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국책 사업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반 인문학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전국의 인문대학 교수들이 나서서 인문학 살리기 운동을 펼쳐 인문한국(HK)사업이 시작됐다. 예술대학도 인문한국사업처럼 예술대학의 교육과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가칭 예술한국(AK)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지원정책을 위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예술대학의 교수들도 제자들의 교육권과 창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예술대학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약탈적 대학평가와 위계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으로 망가진 예술대학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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