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템의 기쁨·나눔의 뿌듯함…중고거래, 단순히 ‘쇼핑’만은 아니다

이유진 기자

중고거래 시장 급성장 이유는

[커버스토리]득템의 기쁨·나눔의 뿌듯함…중고거래,  단순히 ‘쇼핑’만은 아니다

‘중고거래는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경기침체 분위기가 이어지자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번개장터 3곳은 지난해 기준 가입자가 400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거래액은 중고나라 4조원, 번개장터 1조원, 당근마켓 1조원 수준이다.

특히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성장이 가팔랐다. 월 사용자 수(MAU)가 2018년 100만명, 2019년 300만명, 2020년 1300만명을 기록해 3년 사이 13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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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은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6577개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을 1억2000만회 연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1위, 온라인 상거래 앱 중에선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된다. 거주지 반경 6㎞ 이내로 거래를 제한한 중고품 ‘직거래’ 서비스인 만큼 비대면이 아닌, 대면 거래가 기본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당근마켓을 기존 중고거래 사이트의 연장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최 연구위원은 “중고거래가 핵심인 모바일 앱이 아니다”라며 “지난 8월 이용자가 급증한 뒤 당근마켓은 앱 분류를 아예 ‘쇼핑’에서 ‘소셜’로 바꿨다. 중고마켓이 아닌 동네 커뮤니티인 ‘맘 카페’를 경쟁자로 내세우고 있다. 전 연령대의 공통분모인 ‘동네’를 구심점으로 과거 벼룩시장·교차로·가로수 등 생활정보지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의 중개 거래 수수료가 ‘0원’인 이유도 여기 있다. 수익은 광고에서 얻는다. 광고주도 동네 사람이다. 용달업체부터 동네 미용실, 네일숍, 부동산중개업소 등 지역 중소상공업자들이 타깃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중심이 되다보니 이야깃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트위터 계정 ‘기상천외 당근마켓’은 지난해 8월 생성돼 약 4개월 만에 팔로어 수 3만명을 넘겼다. 당근마켓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연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운영자 이모씨는 “당근마켓은 거주지 기반 대면 거래라는 특성이 있어 일상의 에피소드가 많이 생겨난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강한 플랫폼인 만큼 에피소드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영기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소장은 “젊은 세대는 당근마켓을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거래 사이트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과 소통하며 그 속에서 발생한 일화를 공유하는 데서 재미를 찾는다. 초등학생이나 어르신처럼 다른 세대와의 거래도 신선한 경험으로 느낀다”며 “비움의 미학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의 유행과도 맞물려 중고거래가 소비·생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당근마켓의 급성장 배경엔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요인도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연결을 통해 위안을 얻는 수단으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중고거래를 통해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자기효능감을 준다는 점도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경향신문이 접촉한 매너온도 90도 이상의 당근마켓 ‘헤비 유저’들은 중고거래에 빠진 이유로 정서적인 만족감을 더 많이 언급했다. ‘중고거래를 하는 이유’를 묻자 매너온도 90도 이상 이용자 23명 중 12명이 ‘나눔의 뿌듯함·보람’을 꼽았고, 7명이 ‘득템의 기쁨·저렴한 물건’이라고 답했다. 4명은 ‘소통하는 재미’를 꼽았다. 이들의 평균 거래 횟수는 327회였으며, 이 중 무료나눔 횟수는 평균 104회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고파는 행위에서 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성취감이 있다”며 “중고거래는 나에겐 필요 없는 물건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은 대가를 받거나 무료로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기부 활동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19로 우울과 무기력감을 느끼던 사람에겐 사회 혹은 타인에게 도움이 됐다는 자기효능감이 중고거래 앱을 계속 사용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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