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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움직인 시의원 후보

입력 2022.06.11 03:00

진보정당들의 선거 평가가 한창이다. 나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인 서울시의회 서대문구 지역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이승미에 대해 써볼까 한다. 서대문구에서 갓 유권자가 된 나는 이승미 의원을 모르고, 이승미 의원은 재선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공보물을 받아들고, 나는 이 공보물이 딱히 나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음을 느꼈다. 글은 구면인 유권자를 예상 독자로 삼았고, 특별한 정치 입문기나 자기 소개를 생략했다. 그럼에도 흥미를 가진 건, 배우자와 부친 재산 상황이 ‘해당없음’이고, 여성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처럼” “며느리처럼”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의 재산도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시의원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며 공보물의 다음 장을 펼쳤다. 선거구 내 학교 지도가 보였다. 각 학교에서 실제 어떤 시설의 설치와 정비를 필요로 하는지 분석해 지도 위에 공약을 나열한 면은 이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을 다니며 느끼던 노후된 자전거도로 문제 역시 해결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선거 공보물이 이렇게 꼼꼼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선거마다 공약의 두루뭉술함에 의아해한다. 공약을 더 자세히 쓰면 유권자들이 각자 망상으로 빈 부분을 채울 수 없어서, 표가 떨어질까봐 일부러 그러는가보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공약을 만드는 후보가 처음 선거에 나올 때는 어땠을지 궁금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지난 공보물까지 찾아보았다. 색다른 추천의 말이 있었다. “우리 큰이모는 자기 생각이 확실하게 있고, 그게 옳다고 생각되면 남의 눈치를 보거나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펼치는 사람이다. 이모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한다. 큰이모는 성실하고, 한 말에 책임을 진다. 친절하다. 좋다.” - 저동중학교 1학년 박연우 / 백신초등학교 5학년 박진우

그러나 처음에 내세웠던 공약은 두루뭉술했고, 이번 선거만큼 구체화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4년 동안 발전할 수 있었는지 그 힌트는 올해 공보물의 마지막 장에 있었다. “홍제, 홍은동의 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승미 후보의 e메일과 연락처도 적혀 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불편을 이미 아는 후보라면, 내가 고민이 있을 때 연락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투표를 기권하려 하던 식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고, 식구는 투표를 하러 갔다. 이승미 후보는 312표차로 당선됐다.

이번 진보정당 후보들에 대해 어떻게 느꼈냐고 주변에 물었다. 전반적으로 공약이 와닿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공약을 구체적으로 낼 수 있는 능력이란 선거 후보 등록하고 며칠 만에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세상이 아름다운 사람이 정치를 할 순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세계관에서 이상적인 사회와, 내가 마주치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얼마나 잘 관찰하는지, 누구와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가 관건이겠다. 진보정당들의 성평등 공약이 매번 성폭력과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비슷한 공약이 되고 마는 것도 이런 고민이 모자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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