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웃렛 화재 현장 감식

미로 구조 덮친 화마…그을음만 가득했다

이삭·강정의 기자
<b>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b> 한 소방대원이 27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한 소방대원이 27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확보한 현장 CCTV서
1톤 화물차서 첫 발화 확인
지하 창고 등 방 구조 많아
유족들 “탈출 어려웠을 것”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 검토

“발화 지점 주변에서 수거한 잔존물 등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전 진행된 1차 합동 감식 작업에 참여한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찬 지하 주차장이 칠흑같이 어두워 조명 없이는 감식작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초로 불이 번지기 시작한 지점 주변에서 뼈대만 남은 화물차량을 발견해 수거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결과가 나오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소방 관계자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이날 오전 10시40분 아웃렛 B2구역 지하 주차장의 출구를 통해 현장으로 진입해 1차 감식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지하 1층 하역장 주변을 가장 먼저 살펴봤다. 이곳은 불길이 시작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경찰 등이 확보한 현장 CCTV 영상에는 지난 26일 오전 7시34분쯤 한 남성이 하역장에 1t 화물차를 세운 다음 물건을 내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어 4분 뒤인 오전 7시39분쯤 이 남성이 자동차 짐칸 문을 닫은 뒤 10초 만에 차량 우측 인근에서 불이 나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식반 관계자는 “하역장 일대에서 인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전기설비 등도 꼼꼼히 살펴볼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재개된 현장 감식엔 희생자 유족 3명도 참여했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1시간30분 정도 둘러봤다. 유족 A씨는 “지하 1층 내부 모두가 그을음 흔적으로 가득했다”며 “현장 상황으로 볼 때 사망자들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1층에는 사무실, 창고, 휴게실 등의 방이 너무 많았다”면서 “복도도 넓지 않고 내부가 미로처럼 돼 있어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유성경찰서장을 팀장으로 사고 현장 대책팀을 가동 중인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해 사고 원인 등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미 현대프리미엄아울렛으로부터 설계도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대전지검도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검사 7명을 투입해 수사지원팀을 꾸렸다.

고용노동부는 현대백화점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아웃렛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고용 인원 등 규모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되면 유통업계 첫 사례가 된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