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일론머스크’의 추락···‘테라·루나 폭락사태’ 장본인 권도형은 누구?

김세훈 기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블룸버그 영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블룸버그 영상 갈무리

몬테네그로에서 23일(현지시간) 체포된 권도형씨(32)는 한때 가상통화 업계 유망주였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2018년 국내에 들어와 ‘테라폼랩스’를 창립했다. 2019년 포브스는 그를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꼽았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트코인 고래(고액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권씨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에서 ‘가상통화 사기꾼’이 됐다.

테라USD(테라)는 권씨가 테라폼랩스를 통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통화에 연동돼 가치 변동이 적은 통화를 말한다. 권씨는 테라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자매 코인인 루나도 같이 발행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코인으로 지급했다.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일각에서는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는 루나·테라의 거래알고리즘은 사기”라고 주장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가상통화 훈풍을 타고 테라의 인기는 치솟았다. 지난해 4월 루나의 가치는 119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가상통화 시장이 얼어붙자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5월 고공행진을 하던 테라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발행해 추락하는 테라의 가격을 떠받치려고 했다. 루나의 통화량 증가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루나와 연동된 테라의 가치도 같이 곤두박질쳤다. 루나 소유자들이 투매에 나서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해 4월 초 50조원에 육박하던 루나의 시가총액은 한 달 뒤인 5월12일 6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5월13일 세계 최대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권씨는 폭락 사태 이후 “나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 나도 전 재산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사태 수습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결과 그는 테라·루나가 폭락하기 이전부터 수천억원대 자금을 비트코인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법원은 권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시기 인터폴도 ‘적색수배’를 내리고 그를 추적했다. 도피행각을 이어오던 권씨는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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