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사노위 불참 선언 한국노총 ‘때리기’···“떼법” “반국가 세력”

정대연 기자    조문희 기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8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과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며 투쟁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8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과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며 투쟁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떼법 청산해야.” “한국노총이 선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8일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여당 인사는 한국노총을 향해 ‘색깔론’도 펼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적법 진압을 이유로 경사노위에 불참하겠다고 한다”면서 “정당한 법 집행에 흉기와 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이 용인된다는 뜻이냐”고 비판했다. 경찰이 고공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무력으로 진압한 후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한 지적이다.

김 대표는 “시대가 바뀌었다. 노조든 경영자든 법을 지켜야하는 시대”라며 “노사 모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노동개혁의 시작이다. 그래야 정당한 노동3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떼법이 통하는 비상식적 시대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42㎝짜리 정글도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데 경찰은 젊잖게 말로 하라고? 한노총의 이런 태도는 공권력을 무력화해서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고자 하는 반국가세력들이나 할 짓”이라며 “이분들(군인·경찰·소방)의 공적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반국가적이다. 북한이나 간첩, 아니면 종북좌파들이나 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한노총이 선을 넘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회계 투명성 문제와 폭력시위, 이 두 가지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양보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도 한노총이 잘못한 거 아니냐. 자기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했으면 경찰의 진압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렇게 가다가는 한노총이 오히려 더 고립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수용하고 정부랑 대화하자고 해야지, 폭력과 회계 비공개를 봐달라는 억지 요구는 안 통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노동이 다양화되고 있다. MZ노조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다”며 “숫자상의 대표성을 정확히 반영을 해서, 이 판에 경사노위를 재편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경사노위 재편을)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정치적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며 정부·여당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당 내에서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선언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타이밍을 계속 제대로 잘 못 잡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당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줘야 될 것 같다”며 “만약 한국노총에서 그런(윤석열 정부의 노조에 대한 시각이 편향돼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에서 조금 더 유연한 자세로,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노총이) 대화에 참여하려면 아무래도 우리가 폭을 넓혀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지금 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법치를 시간을 두고서 강화할 테니까 당신들도 기득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1800만 나머지 노동자들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 달라’ 이렇게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서 “‘광양사태’는 서로 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서로 소통해 오해를 풀고 힘을 합쳐 노동 개혁에 나섰으면 한다. 정부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적극 소통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한국노총은 배격해야 할 강성 귀족노조는 아니다”라며 “노사 법치주의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노사 정치주의”라고 썼다.

한국노총은 전날 전남 광양시에 있는 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사노위 대화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사노위 탈퇴 시기·방법은 김동명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은 7년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 정부안에 반발해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월 경사노위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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