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관종, 천재, 괴짜, 영웅···하나로 꿰면 ‘머스크’

이영경 기자

스티브 잡스 평전 쓴 아이작슨의 2년 밀착 취재

학대 받던 유년·공감 능력 장애·복잡한 개인사

“날 키운 건 역경” “내 명예가 회사보다 중요”

기적 같은 성공 일군 천재이자 혹독한 경영자

[책과 삶]바보, 관종, 천재, 괴짜, 영웅···하나로 꿰면 ‘머스크’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21세기북스|760쪽|3만8000원

출간도 전에 예고편이 공개되는 책이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말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능가한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주인공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무모해 보일 정도로 위험한 도전, 짜릿한 성공과 아찔한 실패, 광기에 가까운 분노와 얼음 같은 냉혹함, 불행한 어린 시절과 가족 드라마, 극적인 사랑과 이별, 자극적 가십거리 등이 매 장에 빼곡히 들어 있다. 천재와 몽상가, 영웅과 사기꾼 등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평전이다.

CNN 회장을 지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는 책이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예고편이 떠들썩하게 방영됐다. 머스크가 지난해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함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에게 크름반도 해안 근처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지시했다는 스케일이 큰 정치적 이슈부터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에게 “똑똑한 사람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정자를 기증, 체외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낳았다는 다소 자극적인 내용까지. (스타링크 보도가 문제가 되자 아이작슨은 잘못 쓴 것이라며 내용을 정정했다. “크림반도에선 애초 스타링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스타링크를 켜달라고 했을 때 머스크가 러시아의 핵 보복을 고려해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세간의 관심을 머스크는 달가워할까. 기꺼이 그럴 것이다. 무관심보다는 요란한 관심을 원하는 쪽이 분명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밝힌 머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법을 몰랐다. 친구가 없었고, 외로웠단 이야기다. 어린 시절 “결코 혼자 있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되뇌곤 했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닐뿐더러, 일거수일투족에 세계가 집중하는 인물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리는 사람이니까. 아이작슨은 말한다.

만약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거북이를 찌르는 일론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에롤. 21세기북스 제공

거북이를 찌르는 일론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에롤. 21세기북스 제공

아버지의 정신적 학대와 남아공의 폭력적 사회···“나를 키운 건 역경”
감정 차단하고 공감 못해···아버지를 닮아간 머스크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아이작슨은 잡스 이후 시대를 바꾸는 혁신가로 머스크를 꼽았다. 그는 2년 동안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머스크를 따라다니며 회의에 참석하고 공장을 함께 걸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 거물부터 한때 동료였으나 그가 내쫓아 적이 된 인물까지 130여명을 인터뷰하며 대중에게 피상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머스크라는 인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로켓을 쏘아올리는 우주처럼 그는 혼란스럽고, 어둡지만 빛나고, 얼음처럼 차갑지만 뜨겁게 폭발한다. 이런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모습은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기인한다.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만큼은 거만하고 괴짜 같은 백만장자 머스크를 진심으로 연민하게 될 것이다.

머스크가 17세까지 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가 시행되던 폭력적인 사회였다. 저학년 시절 친구들이 그를 계단에서 떠밀고 폭행해 코가 부서지고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더 큰 상처를 준 것은 아버지 에롤 머스크였다. 에롤은 오히려 머스크를 탓했다. 걸핏하면 “바보, 멍청이”라고 머스크를 비난하며 폭언을 쏟아냈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극단적 양면성을 지닌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고문”을 당해야했다. 부모는 여덟 살에 이혼했지만 그는 열 살부터 자발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기 시작해 남아공을 떠날 때까지 함께 산다.

아버지로부터 당한 정서적 학대는 그에게 양날의 칼이 되었다. 감정을 차단하고 공감능력을 없애버렸지만, 고통과 위험에 대한 내성을 극단적으로 높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말한다.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의 첫 아내 저스틴은 말한다. “일론은 두려움을 차단하는 법을 배웠어요. 두려움을 차단한 사람이라면, 기쁨이나 연민 같은 감정도 차단해야 했겠죠.”

“엔지니어이자 불한당, 카리스마 넘치는 몽상가”였던 에롤의 그림자는 머스크를 평생 따라다닌다. 머스크는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닮았다. 일론이 화났을 때 쏟아내는 말들은 아버지가 했던 말들과 비슷했다. 에롤이 자신의 환상을 진실처럼 꾸며대곤 했던 버릇처럼 일론은 자신의 비전을 부풀려 과장하곤 했다. “일론의 기분은 밝음과 어두움, 강렬함과 얼빠짐, 세심함과 무심함을 주기적으로 넘나들었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악마 모드’에 빠져들곤 했다.”

어린 시절의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제공

어린 시절의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제공

자폐스펙트럼장애 일종 아스퍼거증후군
또래와 못 어울려 독서로 위안
SF 소설 탐독하며 슈퍼히어로에 끌려
‘영웅’이 되고 싶었던 아이···화성 탐사, 인공지능 등 꿈을 키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던 머스크는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몰랐다. 독서가 유일한 심리적 위안처가 되었다. 오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9시간 내내 독서에 몰두하곤 했다. 과학책, SF소설을 탐독하며 현재의 그를 만든 비전을 만들어간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보며 인공지능을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통제하는 데 관심을 가졌으며, 아이삭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읽으며 인류를 우주를 여행하는 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꿈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다.

인류를 구하는 슈퍼히어로들, SF소설에 나온 우주적 비전은 그에게 ‘사명’을 심어줬다. 인류 의식을 보존하기 위해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고 인간을 다행성 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꿈을 품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대의 ‘영웅주의적 몽상’으로 끝날 수 있던 꿈을 머스크는 현실로 만들었다. 스페이스X는 민간 승무원을 궤도에 보낸 최초의 민간기업이 되었고, 오픈AI를 설립한 뒤 결별해 X.AI를 만들었다. 인간의 뇌에 마이크로칩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뉴럴링크, 인간을 닮은 로봇 옵티머스,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 등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테슬라는?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테슬라를 상장하던 날 이렇게 외쳤다. “엿 먹어라 석유!”

자신을 인류를 구할 사명을 지닌 ‘영웅’으로 여기는 것은 에롤의 ‘과대망상’을 닮은 것으로도 보인다. 차이점은 머스크는 그것을 실현할 두뇌와 실행력, 위험을 감수하는 극한의 내성과 추진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먹은 것을 포기하는 법이 없었으며, 자금을 조달하는 법도 알았다.

스페이스X 관제실에 있는 일론 머스크. Hans Koenigsmann, 21세기북스 제공

스페이스X 관제실에 있는 일론 머스크. Hans Koenigsmann, 21세기북스 제공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내 명예가 회사보다 소중”···“셀럽병” 평가도
미친듯한 스케쥴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안전과 품질 훼손 비판도···테슬라 산재 30% 높아

지금은 세계 제1의 부자지만, 처음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왔을 때 그는 빈털터리였다. 동생 킴벌과 함께 사업체 전화번호부와 지도를 결합한 ‘집투’를 만들고 이를 매각해 백만장자가 된 뒤,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로 더욱 도약한다. 하지만 그가 첫 신혼여행을 간 틈을 타 이사회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그는 축출된다. 그는 물러나면서도 회사의 홍보 담당이 되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내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나의 명예가 이 회사보다 소중하다고요.” 그의 ‘영웅주의’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아이작슨은 “셀럽 병”이라고 표현했다.

머스크는 인류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인간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머스크의 경영 전술은 미쳤다고 할 만큼 촉박한 마감기한을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직원들을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욕망”했다.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물러설 수 없게 배를 불태워버리는” 방식은 극적인 효과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가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처음 세 번 로켓 발사를 실패한 후 4차 발사가 성공하기까지 쉼 없이 동료들을 밀어붙이는 과정, 테슬라의 파산 위기에 맞서 무모한 생산량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천막으로 임시 생산라인까지 만든 후 목표량을 달성하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지시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가혹하게 굴었으며, 가차 없이 해고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한 동료를 해고하는 일도 개의치 않았다. 공감능력이 없었던 그는 손쉽게 냉혈한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한배를 타기로 한 이들에겐 “지옥의 문이라도 선탠오일을 들고 따라 들어갈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스티븐과 머스크 ‘강박장애’ 공통점
머스크는 디자인 뿐 아니라 과학, 공학, 제조에도 집착

그는 독재자에 가까웠지만, 목표를 위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기도 했다. 모든 규정과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필요한 과정과 부품을 과감히 버렸다. 생산라인의 과도한 자동화로 제품 생산이 오히려 늦어지자 로봇을 들어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단순화, 최적화, 속도가 그의 ‘생산 알고리즘’이었다. “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의 운영원칙이다. 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에 따른 것들뿐이다.” 하지만 생산을 서두르기 위해 안전과 품질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받았으며, 실제 테슬라의 산업재해율은 다른 기업에 비해 30%나 높았다.

머스크가 추구한 것 중 인상적인 부분은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조각난 생산 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었다. 그는 생산 과정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엔드 투 엔드’ 방식을 추구했다. 근본적으로는 머스크의 ‘통제욕’에 따른 것이지만 이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테슬라의 성공 요인이 됐다. 머스크는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 ‘기계를 만드는 기계’를 설계하는 것이 자동차 자체를 설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었다. 아이작슨은 “테슬라의 설계-피드백 루프는 일상적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경쟁 우위를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네바다에 테슬라의 거대한 기가팩토리가 세워졌다.

아이작슨은 잡스와 머스크의 공통점을 자주 언급한다. 미친 듯한 스케줄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 강박증, 단순한 디자인에 대한 열정 등이다.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강박장애는 그들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박적으로 매달려 해결책을 찾아내곤 했다”고 말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머스크는 강박적 집착을 제품 설계 및 디자인뿐 아니라 과학과 공학, 제조에도 적용했다는 점이다. 잡스는 매일 애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둘러봤지만, 중국에 있는 공장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디자인 스튜디오보다 조립라인을 둘러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새 모양 로고 사이로 드러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표정이 심각하다. 머스크는 우여곡절 끝에 트위터를 인수했으나 초기부터 ‘가짜뉴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새 모양 로고 사이로 드러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표정이 심각하다. 머스크는 우여곡절 끝에 트위터를 인수했으나 초기부터 ‘가짜뉴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고의 상황에서 트위터 인수 ‘구설수’
“괴롭힘 당했던 아이···놀이터가 갖고 싶었다”

2022년 1분기, 머스크는 여러모로 최고의 상황이었다. 테슬라 주식은 5년 사이 15배나 올랐고, 가치는 1조달러에 달했다. 스페이스X는 네 번째 유인 임무 수행에 들어갔고, 스타링크 통신위성은 2100개로 늘었다. 스페이스X의 가치는 1000억달러, 뉴럴링크는 10억달러에 달했다.

모든 게 순조롭고 완벽해 보이던 상황이었지만 머스크는 “승리를 거두면서도 플러그를 뽑을 수 없는 비디오게임 중독자처럼 무언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머스크는 열렬한 트위터 이용자였는데, ‘화염방사기’처럼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 구설에 자주 올랐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명분은 ‘언론의 자유’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를 경멸했지만 전직 대통령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는 조치는 터무니없으며 검열에 해당한다고 여겼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답게 자유를 최우선 가치에 뒀으며, 트위터가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다른 포석도 있었다. 그의 오래된 염원 중 하나인데, 그가 페이팔 공동대표 당시 구상했던 엑스닷컴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소셜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작슨은 두 가지 이유를 더 보탠다. 첫 번째는 트위터가 놀이공원처럼 재미있다는 점, 두 번째는 놀이터에 대한 심리적 갈망이다. “트위터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그는 어린 시절 험난한 남아공에서 재미있게 노는 데 필요한 정서적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던 탓에 놀이터에서 구타와 괴롭힘을 당했다. … 하지만 이제 그는 그런 놀이터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 4월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걷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척 케네디 촬영

2010년 4월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걷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척 케네디 촬영

복합적·다층적 모습 있는 그대로 그려낸 평전
이혼과 각종 스캔들 이면엔 안정적 관계 지속 못하는 심리적 장애
‘화성 식민지 개척’ 백인 중심적 세계관···‘모두’를 위한 미래일까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들을 ‘무례하게’ 해고하고 그로 인한 기능장애를 일으키며 조롱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트위터는 그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던 로켓 생산이나 자동차 생산과는 달랐다. 진보적 성향의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번 밀어붙인 것은 관철시킨다. 개의치 않고 플랫폼명을 엑스(X)로 바꾸며 그의 비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머스크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 그를 성공으로 이끈 ‘올인’ 방식의 추진력과 그의 나쁜 행동 방식이 분리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한때 테슬라의 CEO를 맡았던 마이클 마크스는 말한다. “그를 스티브 잡스와 같은 범주의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 개자식이지만, 또한 너무 대단한 것을 성취해서 그냥 물러앉아 ‘그게 패키지인 것 같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거죠.”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냉혈한에 무뢰배 같지만 자식들에겐 애정을 쏟고, 필요한 경우 세련된 비즈니스맨처럼 처신할 수도 있다. 부자가 되기보다는 ‘인류를 위한다는 사명’을 추구한다. 이혼을 거듭하고 스캔들과 가십의 주인공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친밀하고 안정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 두려움이라곤 없어 보이지만 극단적 스트레스로 인한 조울증 등 고통을 겪기도 한다. 물론, 심리치료사에게 찾아가는 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다. ‘사명’을 좇아 일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치료법’이다.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드는 것,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한다는 그의 비전은 남아공에서 캐나다, 미국 등 유럽이 식민지로 개척한 ‘신대륙’에서 자라고 성공한 그의 백인 중심 세계관에 기반한다. 유럽 백인의 모험과 개척이 누군가에겐 폭력과 말살이었다는 것을 그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는 자타공인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혁신가의 선두에 서 있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미래’가 모두의 미래가 아니라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책과 삶]바보, 관종, 천재, 괴짜, 영웅···하나로 꿰면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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