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친환경의 역설, 환경 위협 ‘폐배터리’…위기를 기회로

이진주 기자

기업들 재활용으로 환경 보호·경제적 이익 ‘두 토끼 잡기’ 분주

2040년 폐차 4227만대 추산…EU, 2031년부터 재활용 의무 법제화
국내 배터리 업계도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회수 기술 고도화 경쟁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전기차에 투입된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는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각종 중금속과 전해액이 포함된 폐배터리를 그대로 매립할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로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재활용 공장을 짓는 한편 국외 기업들과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30년 411만대에서 2040년에는 4227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코발트 등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인 스크랩도 재활용 대상이다.

기업들은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용해시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재료를 회수한다. 이렇게 얻은 광물은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원가 절감 효과를 불러온다. 또 원자재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환경보호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19일 SK에코플랜트, 전기·전자폐기물 전문기업 테스와 함께 헝가리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기준 중국, 폴란드,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배터리 생산국이다. 2025년 공장 완공으로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여기서 얻은 원재료를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게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1위 코발트 생산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와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폐배터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재활용 금속을 처리하는 공장을 만들어 내년 말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리튬이나 니켈 같은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5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SDI연구소 안에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45년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회수할 수 있는 광물 규모를 수산화리튬 2만t, 황산망간 2만1000t, 황산코발트 2만2000t, 황산니켈 9만8000t으로 추정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에 필요한 핵심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폐배터리에 용매 추출 방식을 적용해 양극재 원자재인 니켈, 코발트 등을 97%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며 “회수된 니켈, 코발트의 순도가 99.9%를 웃돌아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실증 사업을 거쳐 2025년 준공 예정인 경북 경주시 공장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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