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영토분쟁 지역’ 국방부 교재···신원식 장관 편향된 역사관 때문인가

유새슬 기자

대학교수 위주였던 5년 전과 대비

외교부 “부처 간 사전 협의 없었다”

국방부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5년 만에 전면 개정하고 26일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5년 만에 전면 개정하고 26일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

올해 국방부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된 것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편향된 역사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장관은 과거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교재 집필진으로 현역 군인이 대거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주적인 북한에 대항해 일본은 협력해야 할 아군이라는 군사적 관점이 한·일 간 민감한 현안을 서술하는 부분에도 경직되게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가안보실 주재 범정부 회의가 열려 군 정신전력 교육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책임론이 대통령실에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28일 독도 문제를 영토 분쟁으로 기술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자 “집필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들은 감사 조치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며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이른 시일 내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교재 집필이 지난 10월 신 장관 취임 이전부터 진행됐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국방부 수장으로서의 책임론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거 신 장관은 일본에 대해 편향적 인식을 보여왔다.

‘조갑제닷컴’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신 장관의 2019년 8월 보수단체 집회 연설문에는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하지만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며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나와 있다. 신 장관은 2019년 8월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조선을 승계한 대한제국이 무슨 인권이 있었냐. 개인의 재산권이 있었냐”며 “대한제국이 존속한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했다. 또 “일본으로부터 사과도 받고 돈도 받았다”고 언급했다.

신 장관은 2020년 7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백선엽 장군을 옹호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 “간도특설대 근무한 건 맞는데 1943년 무렵에는 만주지역에는 항일세력이 없었다”면서 “토벌대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간도특설대에 있었던 것 자체가 친일행위로 이해를 굳이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실제 (토벌) 행위는 하지 않았고, 그 뒤에 현저한 공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줘야한다”고 했다. 그는 “40년 간 국토방위의 최일선에서 군인으로 살면서 백선엽 장군을 특별히 존경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육군사관학교 경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도 신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은 지난 9월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홍 장군에 대해 “공산주의 역사 흐름 속에서 김일성 공산당의 뿌리가 되는 공산당 당원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흉상 이전 반대 여론을 두고도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만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지난 8월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병 정신전력 교육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범정부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안보전략연구원의 차관급과 국장급 등이 모였다. 정신전력 기본교재 핵심 집필진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신전력 교재를 군인뿐만 아니라 국민 대상 안보교육 참고서로 검토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주도로 범정부 차원에서 교재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파문이 국방부를 넘어 윤석열 정부 차원의 책임론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 규모가 커졌고 주로 현역 군인으로 채워진 점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방대·서강대·중앙대 교수 총 3명이 참여했던 5년 전과 크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교재에 명시된 집필진은 총 10명으로 국방부의 김수광 정책기획관(육군 소장), 김성구 정책기획차장(육군 준장), 추동호 정신전력문화정책과장, 육군 중령 등 현역 군인 6명, 행정군무사무관 1명 등이다. 이슈나 관점에 대해 집필진이 편하게 각자의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교재 감수에는 국방부 우경석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과 국방정신전력원·국방대 교수,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서강대·한양대·서울교대·서경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교재 자문위원으로는 육·해·공군·해병대의 공보정훈실장, 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8명이 참여했다. 5년 전 교재 자문은 대학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이 맡았다.

국방부는 교재에 독도 문제를 적시하면서 외교부에 자문하는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자료지만 한반도 역사와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등이 담긴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부처 간에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독도는 역사적·지리적 그리고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독도는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기존 방침을 뒤엎고 일본의 바람대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해주려고 하다니 보수 정부가 아니라 친일 정부인가”라며 “국민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재를 만든 윤석열 정권의 국가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친일 매국 정권이라는 국민의 의심을 해소하고 싶다면 신 장관부터 당장 파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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