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궤멸’시켰다던 IS, 미군 떠난 아프간서 부활

손우성 기자

정권 잡은 탈레반과 경쟁 관계
타지키스탄 등서 무장 세력화

두 개의 전쟁 치르는 국제사회
“지금이 테러에 가장 취약한 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궤멸 상태였던 IS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와 ‘두 개의 전쟁’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세를 통해 조직 재건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가 양분된 지금이 IS 준동에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알자지라는 24일(현지시간) “이번 모스크바 테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IS 궤멸을 공식 선언한 지 정확하게 5년 만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3월23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시리아에서 IS를 몰아내고 점령지를 모두 수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IS는 2014년 6월 이슬람 율법으로 통제되는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해왔다.

전문가들은 IS의 가장 큰 분파로 자리매김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2021년 미군의 아프간 철수라고 진단했다. 인도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관찰자 연구재단’의 카비르 타네하 연구원은 “ISIS-K는 미군이 떠난 아프간을 발판으로 일어섰다”고 말했다. 미국 윌슨센터 남아시아연구소 마이클 쿠겔만 소장은 알자지라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경쟁 관계이던 ISIS-K도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미군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군이 붕괴한 이후 ISIS-K는 이들의 무기를 모두 탈취해 무장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 전열을 정비한 ISIS-K는 이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가디언은 이날 유엔이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ISIS-K가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 등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 출신의 주요 인사들을 영입했다”며 “공격 횟수 감소와 영토 축소, 일부 고위 인사들의 사망에도 ISIS-K는 여전히 아프간과 인근 지역에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도 모두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확인됐다. 종적을 감췄던 중동에서도 IS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전 세계가 서방과 반서방으로 갈라진 사이 ISIS-K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타네하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 변동으로 국제사회 대테러 활동이 뒷전으로 밀려난 지금, ISIS-K 도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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