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측 “군에 수사권 없어 직권남용죄 불성립”…과연 그럴까

이혜리 기자

최대 쟁점 ‘수사 외압 여부’ 놓고 법리 다툼 본격화

이종섭 측 “군에 수사권 없어 직권남용죄 불성립”…과연 그럴까

‘수사권 민간 이관’이 근거
전문가 “조사권 있다고 봐야”
조사·감찰권 방해 혐의자
검찰서 기소한 사례도 존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는 사실관계 규명뿐 아니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사진)를 비롯한 수사 외압 의혹 당사자들을 기소하려면 이 혐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사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으로 인한 직권남용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급자의 수사권뿐 아니라 조사권이나 감찰권을 방해한 상급자가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어 이 대사 측 주장이 쉽사리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사의 변호인은 지난 21일과 22일 취재진에게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수사 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수사 외압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상황에서 변호인이 선제적으로 ‘법리 문제’를 거론하며 고발 사건을 종결하라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의 군에 관한 지휘 권한을 남용해 수사 결과를 축소하도록 함으로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의 수사와 사건 이첩에 관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 대사 측 변호인의 주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군내 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이 대사가 방해할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1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군사법원법을 개정해 군내 사망사건은 민간경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군사법원법 관련 대통령령이 ‘군사경찰은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므로 해병대 수사단에 조사와 사건 이첩 권리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권이 민간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수사에 관한 권한도 없다는 주장은 논리가 안 맞다고 본다. 말은 수사이지만 조사 권한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대사가 해병대 사령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직권이 있느냐는 점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그간 하급자의 수사권뿐 아니라 조사권·감찰권 등 여러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상급자를 기소해왔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 공무원들의 조사를 중단시키고 조기 종결토록 지시해 이들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해 특별감찰반원의 감찰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민정수석으로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관련 감찰을 중단시킨 게 감찰권 행사 방해라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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