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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다시 시작할 용기”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그해 5월31일 등원했다.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진보투사들이 어색하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민 앞에 섰다. 단병호 의원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원이 한두 명만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다”며 울먹였다. 권영길·심상정·천영세 의원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보수 편향의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국회 입성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민주노조운동과 사회운동의 산물이자 역동적인 한국 민주주의 그 자체로 평가됐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 하나는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투영된 결과였다. 당시 민주노동당에는 열정이 가득 찼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당사에 보낸 축하 화환이 그 기대감을 상징했다. 당원들은 “집권도 머지않았다”며 가슴 벅차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권영길·단병호·천영세 전 의원이 지난 4월5일 5선에 도전한 심상정 의원 사무실을 지지 방문했다. “세상을 바꾸자”며 20년 전 제도권에 진입했던 반백의 동지들에게 심 의원은 “9회말 역전 홈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위로 낙선했다.

패배한 것은 심 의원만이 아니다. 녹색정의당은 1석도 얻지 못했다. 17대에서 21대까지 줄곧 의원을 배출하며 원내 3당을 유지했지만 20년 만에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심 의원은 총선 다음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20년 전 흘린 눈물과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그는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녹색정의당은 총선 전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당의 얼굴 격인 비례 1번 의원이 탈당해 다른 당으로 넘어갔다. 사유가 당의 ‘세계관’이었다. 소속 의원이 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녹색정의당의 누적된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진보정당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평론이 도처에서 쏟아진다. 당 안팎에서는 원흉을 찾으려는 목소리도 높다. 그 지적은 대부분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진보정당 존재 필요성에 대한 부정일 수는 없다. 진보정당이 대변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20년 전 민주노동당에 화환을 보냈던 비정규직의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노동은 이번 총선에서 이슈조차 되지 못했다. 정권심판 주역이 된 제1야당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군인권 활동가의 공천을 취소했다는 의심을 사는 것이 작금의 정치 현실이다.

진보정당이 대변해야 하는 가치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준우 대표가 선거 패배 후 언급한 “노동정치, 기후정치, 성평등정치”는 잘못된 방향 설정이 아니다. 노동 중심 대 성평등 중심이란 대결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러한 가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문제라면 노동이든 성평등이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진보정당의 부재는 한 정당의 몰락이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다. 한국 정치는 팬덤이 문제라고 하는데 진보진영은 비판만 난무할 뿐 격려에는 인색하다. 그러니 녹색정의당 지도부가 지난 12일 노회찬 전 의원 묘역을 찾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안고 가겠다”고 밝힌 다짐에 응원을 보낸다.

강병한 정치부 차장

강병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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