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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는 도시의 덕목

  • 김보미 기자

각국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2018년 이후 10위권 밖에 위치해 있다. 비교 단위를 도시로 확대하면 순위는 더 밀려난다. 천의영 경기대 교수가 저서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에서 GDP와 광원(불빛) 기반 지역총생산(LRP)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14위 대한민국 위쪽으로 비국가 4곳이 있다. 보스턴~워싱턴을 잇는 ‘보스워시’, 시카고 일대 ‘그레이트 레이크’, ‘파리~암스테르담~뮌헨’, ‘양쯔강 삼각주’ 등 미국·유럽·중국의 메가리전(megaregion)들이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메가시티(megacity)가 주변 동질성을 띤 도시들과 기능적으로 연계되며 집적된 지역이다.

지구인의 60%, 한국인의 90%가 도시에 산다. 특히 세계 인구 13%는 34개 메가시티 시민이다. 2020년대 후반이면 지구 면적 2%에 인구 62%가 몰리고, 2030년이면 메가시티 10개가 새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과 자원이 집약되며 규모의 경제, 문화의 다양성을 갖춘 공간들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됐다. 미국 GDP의 20%를 차지하는 ‘보스워시’는 대한민국 전체의 2배 규모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빈부격차, 소외 등 역효과에도 거스를 수 없게 된 도시화에 따라 각국은 지역과 공간에 대한 전략을 두고 고심 중이다. ‘성장의 시대’ 이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로 GDP·일자리 등 경제적 지표만으로는 안 되고 삶의 질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져야 한다. 면적보다 설계와 구상이 관건인 셈이다.

네덜란드 하우턴은 서울의 10분의 1 면적에 인구 5만명이 사는 소도시이지만 ‘자전거 도시’의 정석으로 불리며 많은 행정가들이 찾는다. 동서로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중심으로 지하철역·학교·시청·병원 등 공공시설과 마트·식당 등 상업시설이 집적돼 도시의 모든 기능이 어디서든 자전거로 10분 안팎에 접근 가능하다. 이는 최근 대도시 문제,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부상한 ‘n분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 모델이나 전략에 범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과 욕망, 시간의 역사가 쌓인 각자의 공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통점이라면 단기간 성과를 만들 속도전의 비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우턴의 철학은 1970년대 개발 몰입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돼 30~40년, 길게는 반세기 만에 정책으로 실현됐다. 최근 한국에서 도심 재개발 모델로 꼽는 도쿄 역시 대개조를 위해 일본 정부가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든 게 2002년이다. 뉴욕 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허드슨야드도 2005년 프로젝트 계획이 수립돼 20년이 다 돼서야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역이 확장하며 공존하는 시대적 흐름이 설계한 메가리전은 더욱 그렇다.

선거가 끝나면서 한철 바짝 주가를 올린 전국의 개발과 서울 편입의 이슈는 사그라들 조짐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도시의 덕목은 애초에 “목련 피는 봄 오면”과 같은 정치적 구호를 외칠 수 있는 사회에선 기대할 수 없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사라질 담론, 전략은 생략된 채 구호만 난무하는 한국. 그 안의 도시 경쟁력은 요원할 뿐이다.

김보미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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