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약자니까 도와주겠다’는 그런 시선도 폭력입니다

김종목 기자
[책과 삶]‘약자니까 도와주겠다’는 그런 시선도 폭력입니다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김예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 251쪽 | 1만6000원

“지적장애가 있는데 어려운 말도 잘하네요.” 재판장이 “아유, 그 밥에 그 나물이쥬”라는 지적장애인의 말을 두고 혼잣말처럼 한 말이다. 저자는 이 재판장에겐 은유적 표현을 쓰는 지적장애인이 낯설었으며, 이 생경함이 ‘지적장애인이 아닐 거야’라는 판단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지적한다.

김예원은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소수자인 범죄 피해자만 지원하는 공익변호사다. “‘재판장님, 지적장애인은 아기처럼 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를 바라봐주세요’라는 당연한 사실을 변호인 의견서에 또 어떻게 풀어 써야 하나 걱정”이라고 썼다.

사용하는 언어가 인간과 사회를 가늠하는 척도다. 비장애인을 정상인으로 표현하고, 척추 장애인을 꼽추로 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김예원은 장애인인권법센터 대표이기도 한데, 지난 4월 “앉은뱅이라는 말은 하반신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며 농촌진흥청에 앉은뱅이밀 품종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김예원은 “사회적 약자니까 도와주겠다” 같은 호혜적 시선과 말도 무심한 폭력이라고 규정한다.

김예원이 ‘들어가며’에 단 제목은 ‘결국 한 사람이다’이다. 그는 “‘아동학대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싹수가 노란 문제아’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모습을 가지고 사는 ‘그냥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예원도 태어날 때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자신의 경험에다 법정 안팎에서 겪은 차별과 혐오를 글로 풀어냈다. 이 책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책은 ‘만취 상태의 아는 오빠’에게 강간당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 이야기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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