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도 엄마는 오지 않지만…이제 알아요, 영화 밖 삶도 아름답다는 걸

오경민 기자
[그림책]영화가 끝나도 엄마는 오지 않지만…이제 알아요, 영화 밖 삶도 아름답다는 걸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지미 글·그림 | 문현선 옮김
대교북스주니어 | 168쪽 | 2만원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떠났다. 아빠는 말했다. “엄마가 영화를 무척 좋아했거든. 언젠가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빠의 손에 이끌려 영화관을 처음 방문한다. 처음 본 영화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소녀는 그렇게 영화를 만났다. 그 후 소녀는 자주 영화관을 찾는다. 데이트를 할 때, 친구와 함께일 때, 슬플 때…. 집에서는 엄마가 두고 간 스카프 냄새를 맡는다. 언젠간 영화관에서 엄마를 만나면 냄새로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대만 작가 지미의 그림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은 일찍 엄마를 잃은 한 소녀가 영화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드러운 그림체다. 영어 원제가 ‘시간의 무지개(The Rainbow of Time)’인 만큼 다채로운 색을 사용했다. 영화를 감각하는 방식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영화관은 영화의 내용과 소녀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기후로 가득 차 있다. 비가 왔다가, 꽃과 나무가 자랐다가, 오싹할 만큼 바람이 불었다가, 안개 속에 잠긴다. 아빠와 영화를 보고 공원을 함께 걷는 소녀의 손에는 오색빛깔 풍선이 쥐어져 있다. 풍선은 영화의 여운이다. 그날 밤, 소녀의 방에는 오색빛깔 방울이 가득하다. 소녀는 영화 속 장면을 반복해서 떠올리다가 가물가물 꿈속으로 빠진다.

[그림책]영화가 끝나도 엄마는 오지 않지만…이제 알아요, 영화 밖 삶도 아름답다는 걸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됐다가 끝나는 것처럼 누군가는 소녀를 스쳐 지나간다. 소녀는 영화를 보며 몇 번의 연애를 한다. 데이트 장소는 늘 영화관이다.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영화는 마음에 남는다. 힘든 순간을 잊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녀는 힘들 때마다 조용하고 아득한 영화의 세계로 숨어든다. 영화는 살아가는 데 새로운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도 어떤 그리움은 소녀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 것들이 인생에는 많다. 아무리 많은 영화를 봐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처럼.

[그림책]영화가 끝나도 엄마는 오지 않지만…이제 알아요, 영화 밖 삶도 아름답다는 걸

“아! 영화 속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에 대한 소녀의 감탄사는 이내 삶에 대한 경의로 바뀐다. 스무 해 만에 영화관에서 사랑한 소년을 다시 만나고 소녀는 생각한다. “아!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를 사랑하는 어른이 더 좋아할 그림책이다. 뤼크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와 <중경삼림> 등 명작 영화의 포스터와 장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가도, 자꾸 앞으로 되돌아와 다시 읽게 된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