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몰라도 된다…초보 식집사에게 중요한 건 관찰하기

김한솔 기자
[그림책]이름은 몰라도 된다…초보 식집사에게 중요한 건 관찰하기

루소의 식물학 강의
장 자크 루소 지음 | 카랭 되랭 프로제 그림
황은주 옮김 | 에디투스 | 124쪽 | 2만8000원

“저는 식물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위대한 식물학자가 될 수 있다고 항상 믿어왔습니다.”

장 자크 루소는 1771년 친구인 들레세즈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소설가, 교육이론가인 그는 유명한 식물 애호가이기도 했다. <루소의 식물학 강의>는 루소가 들레세즈 부인에게 2년간 쓴 8통의 편지를 일러스트와 함께 엮은 책이다.

편지는 감성적인 식물 예찬이라기보단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기초 식물학 교본’에 가깝다. 루소는 첫 번째 편지에서 들레세즈 부인과 그 딸이 식물 관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며 곧바로 식물의 기본 구조와 구성 요소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왼쪽 사진은 <루소의 식물학 강의> 중 ‘바질’ 일러스트. 책 첫번째 편지에서 언급된 식물 ‘아스포텔’ 일러스트. 에디투스 제공

왼쪽 사진은 <루소의 식물학 강의> 중 ‘바질’ 일러스트. 책 첫번째 편지에서 언급된 식물 ‘아스포텔’ 일러스트. 에디투스 제공

식물은 뿌리와 줄기, 가지, 잎, 꽃, 열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루소가 특히 공들여 설명하는 부분은 꽃과 열매다. “자연은 바로 이 꽃 속에 자신의 작품을 축약해 담아놓으며, 자신의 작업을 영속시키는 것도 이 꽃을 통해서입니다.” 그는 백합의 꽃을 예로 들며 꽃부리(화관), 꽃잎(화판), 겹꽃부리(다화관), 홑꽃부리(단화관), 암술의 구조, 수술대, 화분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간다. 식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 것만큼이나 루소가 강조하는 것은 식물 관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다. “세부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빈번한 관찰로 익숙해지도록 합시다. (…) 이것은 단순한 기억의 노역이 아니라 관찰과 사실에 대한 연구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연주의자에게 걸맞은 방식임을 말입니다.”

루소는 편지마다 들레세즈 부인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홑꽃의 꽃무를 택하여 그 꽃을 분석해보자’ ‘여러 송이의 완두콩꽃을 두고 순서대로 분해해가면서 각 부분을 하나하나 관찰해보자’ 같은 것들이다. 식물의 구조에 대한 기초적 설명으로 시작한 편지는 여덟 번째에 이르러서는 식물표본집을 만드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읽다보면 루소가 알려준 방식대로 채집한 식물 뿌리에 묻은 흙을 솔로 조심스레 털어내고, 빳빳한 흰색 종이와 회색 종이를 번갈아 끼워가며 식물표본집을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번 재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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