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5)

‘비건’은 풀로만 만든 밍밍한 음식?···고기 없는 ‘스테이크’, 음식의 깜짝 마술

박주연 선임기자

푸드더매터, 식물성 재료로 동물성 모양과 맛… 환경 중시 음식으로 실현

박태권 ‘푸드더매터’ 셰프 / 박주연 선임기자

박태권 ‘푸드더매터’ 셰프 / 박주연 선임기자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비건식당이라고 하면 ‘풀’로만 만든 밍밍한 음식이 연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명 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는데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일반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한식당에서 먹는 메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각종 요리를 파는 비건식당이 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서래마을 주택가에 있는 ‘푸드더매터(FOOD DOES MATTER)’는 비건들 사이에서 ‘힙한’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음식도 다채롭다.

파스타, 버거, 오픈 샌드위치, 스테이크 등을 판매한다. 채소와 곡물 등 각종 식물성 재료들이 깜짝 마술처럼 쇠고기와 생선, 베이컨, 치즈 등 동물성 모양과 맛으로 ‘둔갑’한 요리들이다. 실제로는 이곳에선 육류는 물론이고 어패류와 유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치즈와 버터, 머랭부터 케첩과 마요네즈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두부에 화산소금과 직접 만든 두유 마요네즈로 삶은 계란의 모양과 풍미, 부드러움을 구현하고, 새송이버섯을 관자와 유사한 모양과 식감, 맛으로 재현하는 식이다.

새송이 관자 갈릭 파스타 / 박주연 선임기자

새송이 관자 갈릭 파스타 / 박주연 선임기자

지구와 환경을 중시하는 마음이 담긴 요리

이 식당이 추구하는 철학은 상호명에 담겨 있다. ‘푸드더매터’는 ‘음식은 중요하다, 음식이 아닌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즉 맛있는 요리, 편안한 공간, 지구와 환경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함의돼 있다.

이런 취지를 음식으로 실현시키는 이는 박태권 셰프(35·사진)다. 지난 7월 27일 만난 박 셰프는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어떻게 하면 맛있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매일 실험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캐나다를 거쳐 2015년 말부터 2019년 겨울까지 호주 식당에서 일했다”며 “호주에서의 경험이 비건요리에 눈 뜨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셰프에 따르면 호주나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식당에서는 동물권, 환경,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는 이들을 위한 메뉴가 필수적이다. 메뉴판에도 채식주의자 유형에 따른 음식을 별도 표시로 구분해 놓는다. 따라서 셰프라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비건을 위한 요리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마침 그가 귀국 전 2년간 일한 레스토랑은 호주에서 명성이 높고 분자요리(음식의 질감 및 요리 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전혀 다른 형태로 음식을 창조)를 많이 선보이는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다. 박 셰프는 “비건 하면 샐러드를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정말 근사하고 다양한 비건 요리가 탄생할 수 있음을 배웠다”며 “비건메뉴 개발에 재미가 붙으면서 나중엔 비건메뉴 담당이 됐다”고 말했다.

푸드더매터의 시그니처 메뉴는 오픈 샌드위치. 파프리카 로메스코, 플랜트 베이스 에그 샐러드, 캐슈 크림치즈&당근 연어 등 총 5종의 샌드위치 중 3가지를 매일 랜덤으로 제공한다. 스테이크와 잣드레싱은 두툼하게 썬 콜리플라워를 부드럽게 구워낸 후 잣과 바질, 오레가노로 만든 상큼한 드레싱을 얹고 메이플 시럽과 캐러멜에 절인 피스타치오를 곁들여 낸다. 스테이크 한입 베어물 때마다 채즙이 입안 가득 번진다.

식생활 정보 뉴스레터 🍉 ‘끼니로그’를 매주 금요일 아침 메일함으로 받아보세요. 음식에 대한 요긴한 정보와 잘 지은 밥 같은 글을 보내드립니다. 링크가 클릭되지 않는다면 주소창에 다음 주소를 입력해 구독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22110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