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금융지주 적극 지원"...감독 기능 약화 우려

정원식 기자
3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정은보 금감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3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정은보 금감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첫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검사 체계 개편을 약속했다. ‘규제보다 지원’을 강조해온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원장의 시장 친화적 행보로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 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7개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그룹이 국내 금융산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발전해왔으나 글로벌 금융회사와 견주어 볼 때 아직 그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금융지주그룹이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취임 이후 정 원장이 금융지주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원장은 금감원 검사 절차와 방식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금감원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면서 “실제 검사 현장 및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회사와의 소통채널을 확대하는 등 검사처리 체계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규모, 영위 업무의 복잡성 등 금융권역별 특성에 맞게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면서 “저축은행 등 지주 소속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의 자체적인 관리능력을 감안해 검사주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변화에 맞춰 금감원은 오는 15일 예정돼 있던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전격 유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면서 “종합검사를 철회한 것은 아니며 검사·제재 절차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종합검사 대신 오는 22일 SC제일은행에 대한 경영실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 종합검사는 ‘금융사 길들이기’라는 비판과 함께 2015년 폐지됐으나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2018년 취임하면서 부활했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고 밝혀 금감원 감독의 ‘칼끝’이 무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정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지주그룹 내 정보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고객의 동의가 있는 경우 영업 목적을 위한 지주그룹내 고객정보 공유에 제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산정 방식을 전향적으로 개선해 과도한 고유동성자산 보유 부담을 줄이고 자금공급기능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을 지원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어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실시주기는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의 시장 친화적 행보가 금감원의 감독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금감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는 정 원장의 입장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들은 참호를 구축(이사회를 우호적 인사들로 구성)해 연임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큰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계속 지원만 하는 게 옳을까”라면서 “이런 것들을 올바르게 이끌 책임이 금감원장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금감원장은 금융감독을 서비스라고 하면서 다시 돌려세우겠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 금감원은 혼란에 빠져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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