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조급함 드러낸 간담회···‘깐부’로 훈훈했지만 ‘망 사용료’에 무거웠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방문은 한 명이 승자가 되는 ‘오징어게임’이 목적이 아니다. 한국 산업 생태계와 넷플릭스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토크’에서 한국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넷플릭스 본사 임원이 한국에서 기자들과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오징어게임> 속 대사 ‘깐부(팀·짝꿍)’를 거듭 언급하며 한국 콘텐츠를 치켜세우면서도, ‘망 무임승차’ 논란과 관련해선 자사의 데이터 임시서버인 오픈커넥트(OCA)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초록 운동복 입고 등장 “깐부는 넷플릭스 정신”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처럼 초록색 운동복과 이름표를 달고 기자들 앞에 선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강조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1억4200만 이상의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미국 전체 회원 수보다 많은 것”이라며 “엄청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창작 생태계를 구성하고 계신 우리의 깐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넷플릭스는 여러분이 알고 계신 넷플릭스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필드 부사장은 또 “오늘날 우리는 스토리텔링 르네상스 한가운데에 서 있고, 한국이 시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성공할 감(느낌)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투자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시리즈를 만드는 데 함께한 많은 분과 수익을 어느 정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추가 보상이) 제공될 것인지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넷플릭스 시스템은 특정 콘텐츠를 볼 때마다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월정액의) 구독 모델”이라며 특정 콘텐츠의 성공에 따른 추가 수익이 직접적으로 산출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더 설명했다.

“망 무임승차? OCA로 트래픽 줄였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강조하며 ‘훈훈했던’ 초반과 달리 망사용료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간담회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한국에서 인프라 및 망사용료 관련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운을 뗀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약 1조원의 비용을 투입해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 기술을 활용하면, 트래픽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어 망사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전세계 1000여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커넥트를 이용해 전체 트래픽의 최소 95%를 줄였고 1조4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오픈커넥트 기술을 적용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디즈니와 애플의 경우 국내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각 기업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기업의 선택은 존중한다”며 “우리는 자체 CDN으로서 오픈커넥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수 주 내에 다른 넷플릭스 임원이 오픈커넥트에 대한 설명을 위해 방한할 것”이라며 “오픈커넥트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회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자 ‘이례적 행보’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필드 부사장의 방한은 이례적이다. 각종 논란에도 대외 접촉을 최소화했던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 내 정치권 움직임에 조급해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망사용료 지급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합리적 망사용료 부과를 챙겨봐 달라”고 언급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국회 등을 방문해 넷플릭스의 입장을 피력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전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네트워크 관련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방문한 것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스토리텔링, 기술, 네트워크와 생태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국 국회의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 움직임을 두고는 “어떻게 입법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입법화가 된다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해외 ISP 어느 곳에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에는 망 이용료에 대한 법이 존재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도 그렇다”며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과의 역차별 문제에 선을 그었다.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SKB)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서비스가 유발하는 트래픽 비중은 피크타임 기준으로 평균 인터넷 이용료의 2%에 불과하다”며 “SKB와 만나 솔직히 이야기함으로써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필드 부사장의 발언에 SK브로드밴드는 입장문을 내고 “수차례 협상 의사를 전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 재정을 거부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건 넷플릭스였다”며 “넷플릭스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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