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와 '3B 법칙'

이유진 기자
서울우유가 지난달 29일 게재한 광고 영상의 일부 장면들.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고, 불법촬영을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튜브 캡쳐

서울우유가 지난달 29일 게재한 광고 영상의 일부 장면들.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고, 불법촬영을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튜브 캡쳐

서울우유가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고, 불법촬영을 소재로 삼은 52초짜리 광고를 내놨다 뭇매를 맞았다. 영상을 내리고 “영상 속엔 여성 말고 남성도 있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기업을 취재하면서 줄곧 느껴온 ‘어떤 불편함’이 다시 떠올랐다. TV광고에 등장하는 ‘버츄얼 휴먼(가상 인간)’은 왜 모두 20대 초반의 마르고 젊은 여성일까. 기업이 보내온 신제품 이미지엔 왜 항상 여자 모델이 끼어 있는 것인가.

기자가 만난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3B 법칙’을 언급한다. 여기서 ‘3B’는 아기(Baby)·미녀(Beauty)·동물(Beast)을 뜻한다. 이 세 요소 중 하나라도 광고에 등장하면 해당 광고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3B 법칙이다. 고전적 마케팅 전략으로, 광고홍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학 강의에서도 배운다고 한다. 묵어도 한참 묵은 전략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미녀’와 ‘동물’이 등장하는 서울우유의 광고는 대박이 났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말 그대로 ‘폭망’이다. 여성혐오적 광고가 논란이 된 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깨달을 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 아닐까. 대중은 더 이상 이런 광고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하고, 취향은 파편화됐다. 다양성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이고,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기업 혹은 제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알고 싶어한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에 대해선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돈쭐’ 내주겠다며 몰려드는 세상이다. 낡은 3B 외에도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 요소는 널렸다.

상처치료제 후시딘은 지난 5월 내놓은 광고로 호평 받았다. “상처, 지지 않아!”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이 광고는 어린이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등 변화된 사회상을 녹여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3’ 글로벌 광고에 유명 드랙퀸 토드릭 홀을 출연시키도 했다. 신제품 광고에 다양성을 담은 것이다.

마케팅 영역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 내부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하고,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2022년이 코앞이다. 이제는 수십 년도 더 된, 케케묵은 3B 법칙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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