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결합 불허…인수합병 무산

박상영 기자
한국조선해양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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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에서의 독점을 우려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불발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받지 못해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기업결합을 진행할 때 주요 경쟁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국가라도 반대할 경우,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는 조건 없는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EU는 두 기업이 결합하면 LNG 선박 시장에서 독점이 고착화 될 것으로 판단했다. EU 경쟁당국은 양 사가 LNG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기술력이 독보적인 수준이라 ‘경쟁사’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 강화로 LNG 선박 수요는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양사의 기술력은 중국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사실상 독점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였지만 LNG 운반선 수주 비중은 87%에 달했다.

이번 EU의 결정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을 해소할 시정방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예측됐던 결과였다. EU는 한국과 달리, 기업 측이 제출하는 자진 시정방안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U가 불승인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국가의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불허하면 업체 측에서 심사 철회서를 제출한다”며 “철회서가 제출되면 심사절차는 종료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불발되면서 1조5000억원을 지원받지 못해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97.3%에 달하는 상태다. LNG선박 시장의 독점을 이유로 결합이 무산된 만큼 다른 ‘빅3’ 업체인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도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최근 조선산업 여건이 2019년 당시보다 개선돼 이번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세계 발주량이 조선업 불황기 진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물동량 증가 등으로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을 중심의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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