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기반한 얕은 정보 거리 두고 주변의 변화 읽어 스스로 해석하라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87년 영화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명작이다. ‘탐욕은 선(Greed is Good)’이란 금융자본주의의 복음을 전달하는 장면이 영화 내내 가득하지만, 요즘 들어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투자 관련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하는지의 기준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주식중개인 버드 폭스는 3개월 동안 끈질긴 전화 시도 끝에 큰손 게코의 비서로부터 미팅 약속을 받아낸다. 기회를 잡은 주인공이 숫자와 분석에 기초한 투자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게코는 말을 끊는다. “그냥 강아지네?(It’s a dog?)” ‘강아지(Dog)’는 월가의 은어로 수익률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기업을 의미한다. 게코의 냉담한 반응에, 폭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버지가 노조 위원장으로 있는 블루스타 항공사의 노조 이야기, 최근 사고 이야기, 재판 이야기 등을 풀어 놓는다. 폭스는 항공기 추락사고 후 승소로 얻은 기회를 설명하는데, 그때 게코는 답한다. “저는 하루에 10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보는데 그중 한 개를 선택합니다.” 폭스의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이다.

왜 게코는 준비된 투자 아이디어가 아닌 설익은 정보에 주목했을까? 앞서 들은 두 기업은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 장단점을 파악했지만, 마지막 기업은 낯설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엇보다 폭스가 언급한 승소에 게코는 주목했다. 게코가 투자 기회를 잡은 이유는 일단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폭스를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직 그 정보가 확산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 정보 가치를 독립적인 사고로 알아냈다는 점이다.

잊지 말라. 아는 만큼 보인다. 투자 정보가 공평하고 공정하여, 모든 사람이 돈을 벌 동일한 기회를 가진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 투자는 결국 정보를 획득하고, 그것을 돈이 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로 분류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신문,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등 투자자들은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떤 투자 정보가 친구에게서 오든, 브로커로부터 오든, 또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오든 일단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내용 중 일정 부분은 걸러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투자자가 너무 많은 투자 정보에 노출될 때 대개는 탐욕과 공포라는 극단적 감정에 사로잡혀, 결국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투자자들은 정보 과부하 상태에 빠져 있다. 뭔가 새로운 내용을 매일매일 듣고 있지만 뒷북이다. 막상 투자자에게 왜 그 주식을 매수했는지 질문하면 답변이 시원찮다. 많은 경우 어떤 이가 추천했기 때문이고, 주로 그 어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자신의 투자를 정당화하려 한다. 어떤 이는 대부분 돈을 크게 벌었다거나, 엄청 유명하다거나 여하튼 ‘엄마 친구 아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니면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비슷한 비법 투자 영도자, 바로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이런 유의 투자 정보에 기반했다면, 이는 단순한 도박에 가깝다.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보 수집보다 정보 해석이 중요하다. 본래 고급 정보는 소수만 공유하고, 외부 유출은 아주 적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수만의 리그다. 하지만 투자시장은 다르다. 처음에는 동일하게 소수의 시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정보가 정보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까지 전달된다. 역정보와 무가치한 자료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일단 확산되기보다 수렴되는 정보에 집중해야 한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투자 정보, 확신에 찬 의견은 경계하라. 주변에서 변화를 읽어 내고, 스스로 추론해야 한다. 실생활에서 어떤 것이 좋아졌는지 어느 부분이 나빠지고 있는지 알아채야 하고, 기업에서 알려주는 공개된 숫자를 보고 독립적 사고로 수렴된 정보를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장기 투자가 가능해진다. ‘카더라’에 기반한 얕은 조언, 팬덤으로 추종하는 투자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주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신의 재무 상태와 포트폴리오 정비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에 유용한 정보는 밖이 아닌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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