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바람 거세지만, 지금은 도망칠 때가 아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에게 주식 투자는 이제 삶의 일부분이 됐다.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주식투자를 가까이한다. 노동에만 의존해 살아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자본의 힘으로 돈을 불리는 능력을 키워야 금융자본주의에서 생존할 수 있다. 2021년 이때쯤 투자자들은 희망이 가득했다. 주가가 이미 정점을 친 뒤였지만,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며 성장주와 가상자산 등을 향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들을 유혹하는 각종 신조어가 나오고, 그에 대한 해설이 나오고, 대중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외공포증(FOMO·fear of missing out) 열풍이 불 때였다. 돈을 불리기는커녕 까먹기 딱 좋은 때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수를 피할 방법은 없었을까? 남들이 흥분할 때 의심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용기를 내려면 묘안이 필요하다.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공격(Risk-on)할 때인지 아니면 수비(Risk-off)에 전력할 때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나만의 전략 말이다.

전략은 싸움(戰)과 계략(略)이다. 즉 ‘잘 싸우기 위한 계략’이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바람과 비 등 날씨가 공격에 유리할 때까지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면서 부대를 통솔해야 한다. 작은 전투에 지더라도 큰 전투는 이겨야 승리할 수 있다. 큰 전투에 이기려면 형세가 유리한 때를 알아야 한다. 형세는 한 가지 방향이 아닌 앞뒤를 살펴야 파악할 수 있다. 적이 예상 가능한 전략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 투자도 다르지 않다. 내 생각이 당장의 현상에 얽매여 뻔하디 뻔하다면 시선을 살짝 비틀어줘야 옳은 의사결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음은 다 알고 있다. 전면 퇴각은 너무 뻔한 전략이다. 바람의 방향이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지금은 도망칠 때가 아니다. 진지를 굳건히 지키다가 기회가 올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이다.

인플레이션 바람이 거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연준의 6월, 7월 연속 0.5%포인트 인상이 기다리고 있고 양적긴축도 이제 시작이다. 연준은 양적긴축 월간 한도를 총 475억달러로 시작하지만, 9월부터는 총 950억달러로 2배 증액한다. 대략 3200억달러의 양적긴축이 실시되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1조달러 실시되면 1%포인트 인상 효과가 있다. 공급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지만 공급은 제어할 수 없다. 경제보다는 정치, 군사적 외생변수이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잠재워지지 않고 폭풍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배경이다. 물가 상승을 일시적일 거라 오판했던 연준의 신뢰를 잃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 처방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수요 통제를 통해서라도 인플레이션 기대를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수요 억제에 경기둔화가 뒤따른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의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문해보자.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변수 하나하나를 비틀어 보면 변화 징후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연준이 가장 두려워했던 임금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고 있다. 파이어족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조기 은퇴족이 가상자산 시장과 증시 조정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민자도 다시 미국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타이트한 고용환경으로 임금 인상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기업환경 악화로 기업은 고용축소와 임금 인상 자제를 모색하고 있다. 월세로 물가에 영향을 주는 주택시장 열기도 주춤하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기만 해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조기에 진화된다. 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말쯤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희망이 섞인 전망이지만 연준 일정으로 볼 때, 6~7월 빅스텝 이후 8월 잭슨홀에서의 스탠스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당장은 안갯속이지만 그 너머의 가능성도 보인다. 안개가 걷히면 녹음은 더 푸르게 보이는 법이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올해 남은 증시도 이런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생에는 늘 배신이 존재하고 투자는 인생처럼 항상 어렵다. 그래도 매일을 살아가고 투자해야 한다면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나아가거나 다가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 반문하며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조언과 정보를 탐하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릴 수 있는지가 길게 보았을 때 투자의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투자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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