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노트

“치킨 공화국서 맛있는 대체육 치킨 나오면 채식 어렵단 생각 줄겠죠”

이유진 기자

‘위미트’ 안현석 대표와 ‘소풍벤처스’ 이학종 파트너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가 식물 원료로 만든 치킨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준헌 기자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가 식물 원료로 만든 치킨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버섯으로 식물성 대체육 생산
‘고수분’ 기술로 식감·냄새 개선
지난 8월 ‘프라이드 치킨’ 출시

3개월차 기업에 투자한 ‘소풍’
재무·사회적 가치 동시에 충족
“식감·메뉴, 대중성에 높은 평가”

“기후위기와 싸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의 식량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이자 기후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지난 9월 ‘대체육’ 스타트업 2곳에 투자하며 이같이 말했다. 증가하는 육식 소비가 공장식 축산을 확대하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학계 연구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식탁이 기후위기 가속화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새송이버섯을 재료로 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 ‘위미트’ 안현석 대표도 ‘식탁 위의 변화’를 위해 창업에 나선 기업인이다. 4년째 채식을 실천 중인 안 대표는 “육식 위주의 음식문화를 바꿔보기 위해 지난 4월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상호 위미트는 우리를 뜻하는 영어 ‘We’와 고기를 의미하는 ‘meat’와 발음이 같은 ‘미트’(meet)를 합성해 만들었다. ‘고기가 없이도 고기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스타트업 노트]“치킨 공화국서 맛있는 대체육 치킨 나오면 채식 어렵단 생각 줄겠죠”

위미트는 지난 8월 대체육 ‘프라이드 치킨’을 출시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는 치킨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치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나라”라며 “그런 치킨이 닭고기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일반인들도 채식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위미트의 강점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료육에 있다. 고수분대체육(HMMA)을 직접 생산해 일명 ‘콩고기’로 불리는 조직식물단백질(TVP)의 식감과 특유의 냄새를 개선했다. 이 같은 장점을 무기로 위미트는 기업 대상 거래(B2B)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위미트의 성장 배경에 벤처 투자사 소풍벤처스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설립된 소풍벤처스는 국내 첫 임팩트 투자사(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사)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초기 창업팀을 발굴하고, 투자를 통해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된 업무다. 소풍벤처스 투자 심사역 이학종 파트너는 설립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던 신생 스타트업 위미트에 ‘시드 투자’를 결정, 회사의 성장을 도운 인물이다.

이 파트너는 위미트의 ‘대중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했다. 그는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은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맛과 식감에서 환영받지 못했다”면서 “위미트 제품은 시식을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 ‘진짜 고기 같다’는 평가를 내렸고,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선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 파트너는 또 위미트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임팩트 투자에선 앞서의 두 가지 요소가 ‘동행’해야 하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체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 면에서 위미트가 부합하는 기업이었다는 설명이다.

벤처 창업 이력도 갖고 있는 이 파트너는 “투자업계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선 임팩트 투자 개념이 2008년 무렵 시작됐는데, 한국은 10년 정도 뒤처졌다”면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중심 경영(ESG)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소풍벤처스도 내년부터 좀 더 선도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팀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도 목표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였다. 그는 “음식은 생존 수단인 동시에 삶의 즐거움”이라면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고기 없이도 먹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를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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