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폭주’…환차손에 울고, 환차익에도 웃지 못해

박순봉·정유미·김은성·이재덕·박상영 기자

고환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원·달러 환율 ‘폭주’…환차손에 울고, 환차익에도 웃지 못해

수입 의존 높은 항공·식품·정유 등
영업이익 수백~수천억 감소 예상
수출 중심 반도체 등 단기적 이익
원자재가·투자 비용 상승은 부담
이례적인 급등세, 전반적 악영향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산업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항공·식품·정유·화학업계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수출 중심인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영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반면 해외 직접투자나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율로 득을 보더라도 투자 등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맞을 수 있고, 수입 비용은 늘어나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떤 업종도 환율 급등은 반기기 어려운 셈이다.

■ 정유·화학·항공·식품 비상

가장 비상이 걸린 쪽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정유업계는 즉각적으로 원유 구매 비용이 오른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환율 5% 상승 시 302억원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항공업계는 기름 구매 비용이 늘어난다. 기초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상반기 보고서에서 환율 10% 상승 시 1669억4800만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원자재를 구매해 가공해서 파는 구조인 만큼 환율 상승은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대응책은 통화스와프와 파생금융상품이 꼽힌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개념이다. GS칼텍스는 15억5000만달러 규모, LG화학은 3억6000만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금융기관과 체결했다. 정유·화학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수익이 나는 금융상품에 가입해 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식품업계도 필수적인 밀, 대두, 옥수수 등의 곡물 매입가격이 높아진다. 서민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재라 추가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다만 식품업계도 수출 비중 여부에 따라 여건은 다르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A식품업체는 “환율 상승의 피해가 막대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업계는 환율과 곡물 가격이 오를 때를 대비해 대금을 선지급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비축하기도 한다.

■ 반도체·전자·자동차 웃지만…

수출 중심인 반도체·전자·자동차·조선 분야는 단기적으론 실적 개선 효과가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원화 가치와 한국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무역협회는 원화 가치가 10% 낮아졌을 때 장비 분야 3.5%포인트,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2.5%포인트, 운송장비 2.4%포인트 순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원화 약세 효과로만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달러 강세로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2분기 말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311억원으로 추산했다. 조선업도 고환율 덕을 보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하면서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을 근거로 꼽았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다. 무역협회는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10% 상승할 경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0.03% 상승)하나, 수입금액은 3.6% 증가해 무역적자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반도체·전자·자동차 업체도 고환율을 무작정 반기지만은 않는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외화 표시 직접투자 금액 상승은 부담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환율을) 마냥 좋다고 하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 자체가 사업에 긍정적이지 않고, 가전이나 TV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최근 재검토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투자비 부담이 너무 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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