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혜택 ‘집중’…세입자 보호 대책 보완 ‘과제’

송진식 기자

종부세 폐지·보유세 완화, 양도세 중과도 2년간 유예

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택 공급 문제 해결될 지 ‘주목’

그간 ‘대선 변수’를 최대 불확실성 요소로 꼽았던 부동산 시장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힘의힘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정책 방향을 잡게 됐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부동산 규제(세제) 완화·민간중심 주택 공급’이라는 기존 보수정권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제 완화의 경우 고가 1주택 보유자 및 수도권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종부세 폐지 수순…최대 수혜는 ‘다주택자’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부동산세 부담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부동산 공약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보유세(종부·재산세)와 거래세(양도·취득세) 완화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투표성향을 보면 무주택자는 52.2%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1주택자의 50.2%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51.4%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지역별 개표 결과에서 서울의 경우 외곽을 제외한 강남4구의 동남권, 중구·용산 등 도심권 등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를 거뒀다.

공약을 바탕으로 윤 당선인은 취임 직후 곧장 부동산세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해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부터 당장 종부세액에 큰 영향을 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 수준으로 동결해 실제 부과되는 종부세가 2020년 수준이 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종부세율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 12억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최대 50% 중과도 2년간 유예된다. 사실상 다주택자인 민간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각종 세제혜택이 축소되고, 등록요건이 강화됐지만 윤 당선인은 이를 복원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취득세의 경우 조정지역 2주택 이상 취득 시 부과되는 누진세가 완화되고,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해선 면제 내지는 1% 수준의 세율인하가 포함됐다. 윤 당선인은 대출규제의 경우 생애최초구매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까지 완화(그 외는 70%로 통합), 신혼부부·청년 대상 저리 대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세제 공약이 곧장 가격상승이나 거래량 회복을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 대출규제, 금리상승 등에 따른 위축심리가 여전한 데다 보유·거래세가 완화되더라도 다주택자 등이 매물을 내놓기보단 시장을 관망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 등의 개편은 재정 여건이 낮은 지자체들의 반대가 있고, 국회 법 개정도 필요해 연내 바로 실행될지가 관건”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경우 주택시장 양극화로 대기수요와 인기가 많은 지역보다는 비선호지역의 매물확대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재건축 등 민간건축시장 ‘활기’

윤 당선인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민간건축시장의 ‘3대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기준, 민간분양가상한제(분상제) 등을 모두 완화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집을 보면 재초환의 경우 부과기준 상향·부과율 인하 등을, 분상제의 경우 정비사업특성 반영 등을 명시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윤 당선인의 공급 정책이 민간 주도 건설로 짜인 점을 들어 두 제도 모두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 고분양가심사제 역시 분상제 폐지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안전진단기준의 경우 준공 30년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정밀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는 등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이 실현되려면 관련 주택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재초환 등의 부담을 들어 재건축 추진을 미뤄온 강남·목동 일대 대단지에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5년 내 250만가구(수도권 130만~150만가구) 공급을 공약한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칭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을 통한 리모델링 활성화, 각종 규제 완화 및 지원을 통한 저층 단독·다가구주택 정비 활성화도 제시했다. 특히 분당·평촌·일산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특별법을 만들어 3기 신도시에 대규모 이주단지를 조성한 뒤 1기 신도시 전체를 통합 재정비하겠다는 방안을 공약했다. 전반적으로 민간 주도의 아파트 재정비붐이 일 수 있는 조건이다.

재건축 등 민간건축시장 활성화가 실제 공급효과나 가격안정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드라이브 공약 자체만으로 미래에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높여 심리적으로 수요자들의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부지 마련이나 재원 확보 같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계약갱신제 폐기 추진, “세입자 대책 보완해야”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세입자 보호대책은 대선 전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주요 후보들의 주거·부동산공약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4명의 후보 중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가 가장 낮고, 주택세입자에게 가장 불리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윤 당선인의 경우 임기 내 공공임대 공급목표를 연간 10만가구씩 50만가구로 제시해 100만가구 내외 규모를 제시한 타 후보들에 비해 적다. 윤 당선인은 대신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등록임대업을 재활성화하고,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 물량 일부를 민간임대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혼부부·청년세대를 대상으로 임차보증금을 저리에 대출하고, 월세 세액공제 한도도 현재보다 높이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직접적인 세입자 대책보다는 청년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이나 신혼부부 등을 위한 ‘역세권 첫집주택’ 등을 공급해 세입자들이 무주택을 벗어나도록 하는 데 보다 주력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2020년 개정을 통해 임대차보호법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이 폐기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30년 만에 세입자들이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한 번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어렵게 마련됐다”며 “시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폐기하면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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