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호우·태풍·폭염, ‘달마다 재난’…이상기후 농작물 피해 급증, ‘밥상 위협’

강현석 기자

고사 피해 콩밭 갈아엎은 농민 “기후위기는 현실”

전남, 올해 8번 재해…여의도 107배 농경지 피해

보험금 지급액 4년 새 11배…“농업재해 보상법을”

22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한 들판에서 농민들이 논에 심은 콩을 갈아엎고 있다. 논콩은 지난달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22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한 들판에서 농민들이 논에 심은 콩을 갈아엎고 있다. 논콩은 지난달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지난 22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었다. 콩이 심어졌다는 논에 콩은 잘 보이지 않고 잡초가 무성했다. 보성뿐 아니라 이날 화순과 강진, 영광에서도 농민들이 콩밭을 갈아엎었다. 콩은 배수가 잘돼야 하는데 지난달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집중호우를 이기지 못하고 고사한 탓이다. 전남에서는 3000여 농가가 논 2400㏊에 콩을 심었지만 750㏊가 고사 등의 피해를 봤다.

50대 농민 A씨는 “집중호우로 콩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폭염이 겹쳐 생육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이 된 상황”이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농업재해 보상법’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겨울엔 대설·한파, 여름엔 집중호우·태풍 등 피해 시기가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달 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7일 전라남도의 ‘이상기후 농작물 피해 현황’ 잠정 집계 자료를 보면 올해 8번의 자연재해로 3만1152㏊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가을 태풍’ 등이 우려되는데도 벌써 서울 여의도 면적(290㏊)의 107배에 이르는 농경지가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해 피해면적(3만323㏊)도 넘어섰다.

전남에서는 지난 4월 저온현상에 서리가 내려 양파 2367㏊와 배 2091㏊ 등 7067㏊의 피해가 났다. 비가 잘 내리지 않는 5월에는 갑작스러운 호우로 수확을 앞둔 보리(2682㏊)와 밀(1298㏊), 감자(362㏊) 등의 피해가 컸다. 6월에도 우박이 쏟아져 과수원 등이 피해를 입었고 집중호우로 인해 벼( 1307㏊), 콩(266㏊), 파(176㏊) 등이 물에 잠겼다.

7월에는 두 차례의 집중호우로 피해가 가장 컸다. 7월9일부터 19일까지 비가 이어지면서 벼(8868㏊)와 콩(1048㏊), 고추(299㏊) 등 1만668㏊가 물에 잠겼다. 7월23일부터 24일까지 또다시 이어진 비로 파(2318㏊), 참깨(324㏊) 등 5623㏊의 농경지가 피해를 봤다.

8월에는 태풍 ‘카눈’으로 인해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기후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1~2월 대설·한파, 7~8월 태풍·장마 등으로 비교적 뚜렷했는데 최근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이상기후로 인한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6일 발간한 ‘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 보고서를 보면,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크게 증가했다.

연구원이 ‘농작물재해보험’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폭염으로 인한 보험 지급건수는 1만3169건, 지급액은 65억4100만원 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4만630건으로 증가했고 지급액은 105억4300만원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는 24만9067건의 보험금이 지급됐고 지급금액만 해도 734억4700만원에 달했다. 4년 사이 피해 건수는 18.9배, 지급된 보험금은 11.2배나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변화에)사전대응을 하고 있지만 농산물은 노지작물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전 대응을 통해 피해를 완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폭염과 가뭄 등에 강한 품종개발과 재배방법 연구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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