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제염 완료 면적, 일본 발표의 15%에 불과”

이정호 기자

산림지역, 지속적 오염원 돼…고독성 ‘스트론튬90’도 확인

“일본 정부 ‘30~40년 안에 자연 상태로’ 계획 현실성 없어”

지난달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과 쓰레기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 포대들이 후쿠시마의 한 지역에 쌓여 있다. 후쿠시마 | AP연합뉴스

지난달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과 쓰레기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 포대들이 후쿠시마의 한 지역에 쌓여 있다. 후쿠시마 | AP연합뉴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발생한 방사성물질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의 ‘제염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후쿠시마 산림지대에서 독성이 강한 방사능물질인 ‘스트론튬90’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전 사고 지역을 30~40년 안에 자연 상태로 되돌리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그린피스는 ‘2011~2021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현실’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벌이는 방사능 제거 작업을 추적한 10년간의 결과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사고 이후 2017년까지 진행한 ‘제염특별구역’에서의 방사능 제거 작업이 완료됐다고 일본 정부가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밝혔다. 제염특별구역 가운데 작업이 완료된 면적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총면적 840㎢ 가운데 120㎢에 그친다. 이 수치는 그린피스가 일본 정부의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해 확인했다. 제염특별구역은 연간 피폭선량한도가 20m㏜(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지역으로, 한국의 일반인 선량한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1m㏜이다. 제염특별구역은 한국으로 치면 시·군·구 규모에 해당하는 11개 행정구역이 대상이다.

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제염 완료 면적, 일본 발표의 15%에 불과”

그린피스는 제염 작업이 더딘 이유로 나무를 지목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가는 “산림지대에선 제염 작업이 어렵다”며 “지속적인 방사능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슘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나무 주변의 토양에 흡수되면 뿌리를 통해 식물로 빨려 들어간다. 이후 줄기와 잎으로 방사성물질이 순차적으로 이동해 나무 전체가 오염된다. 잎이나 줄기 표면을 한번 닦는 것으로는 제염이 어렵다. 산림이 방사능 장기 저장소가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의 산림지대에 있는 삼나무에서 ‘스트론튬90’까지 확인됐다는 것이다. 스트론튬90은 자연계에는 없는 인공 방사성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뼈나 골수에 쌓여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29년에 이른다. 그린피스는 2018년 후쿠시마 내 4개 지역에서 채취한 삼나무 시료를 프랑스 서부방사능관리협회(ACRO)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대기로 스트론튬90이 방출됐고 식물에 흡수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스트론튬90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 지금도 다량 존재한다. 추가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유해성을 감안할 때 스트론튬90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원전 사고 지역을 30~40년 안에 자연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사토시 사토 전 GE 원자력 기술전문가는 “부지에서 발생하는 오염 토양을 제거한 뒤 외부로 옮길 만한 곳이 없다”며 “원전을 해체하면 150만~200만t의 콘크리트와 강철 잔해도 나올 텐데 이를 이송할 만한 곳 역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을 대상으로 밀폐와 방수 작업을 진행해 추가 피해 없이 유지하되 이족보행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폐로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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