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니라는데…”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자 편든 환경부 장관

강한들 기자

국책연구기관 ‘부적절’ 취지 의견에도

“환경영향평가 판단 범위에서 벗어나”

사업자 양양군 논리 대변 비판 나와

절차 오인 답변까지···이해 부족 지적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자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환경영향평가에서 판단하는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장관이 케이블카 사업자인 양양군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환경연구원에서 낸 의견은 입지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것”이라며 “2015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미 검토된 사안이라서, 환경영향평가에서 다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이 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로부터 20일 제출받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에는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삭도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환경연구원 출신 장관이 ‘케이블카’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이날 한 장관이 국회에서 답한 내용은 환경영향평가법상 원론적인 내용을 말하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아닌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전문성이 높은 기관인 환경연구원에 오랫동안 재직했다는 점에서 국립공원위 심의 대신 전략환경영향평가로 잘못 대답한 것에 대해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이해와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블카는 길이가 2㎞ 이상인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며 한 장관이 말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은 아니다.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던 절차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서였다. 이창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은 “설악산 오색삭도는 법령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아니다”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입지 타당성과 사업 적정성을 고려해서 승인이 났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 보전 계획과의 부합 여부 확인 및 대안의 설정, 분석을 통해 환경 측면에서 ‘계획의 적정성’,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이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 예측, 평가해 해로운 환경 영향을 피하거나 제거, 감소시켜 환경 보전 방안 마련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한 장관이 전략환경영향평가로 잘못 말한 ‘국립공원위’에서 이미 입지 타당성과 사업 적정성이 고려됐다는 주장은 사업장인 양양군이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해온 논리다. 환경부가 2021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냈던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구 취소 청구’에 대한 답변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경부가 2019년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한 결정에 대해 2020년 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면제 대상이며, 국립공원위 공원계획 변경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입지 타당성이 이미 검토되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1년 4월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사업자인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할 것을 요구하자, 강원 양양군은 원주청이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를 냈어야 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보완 요구 취소 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2021년 10월 원주청은 “국립공원위는 우려가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 7가지 조건을 달아 ‘조건부 가결’을 했던 것”이라며 “공원 계획 변경이 됐다고 해서 사업 시행이 확정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등 추가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설악산 오색삭도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협의의견 통보 취소 청구’ 행정심판 재결에서도 환경부는 7가지 조건 중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방안 강구,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 4가지 조건은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검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환경연구원은 국립공원위 ‘조건’을 검토한 것”

이번에 연구원이 제출한 설악산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검토의견에는 “국토의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하는 지역으로 원형 보존이 먼저 적용돼야 할 공간”이라며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 방안 강구’,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 국립공원위가 제시했던 조건을 검토한 내용이 포함됐다. 연구원은 삭도 설치 예정지를 포함한 지역이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서식 적합도가 매우 높고, 산양의 서식, 번식에 큰 교란 요인이 돼 입지 타당성 측면에서 적절한 시설물 설치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부 정류장에는 아고산성 수목이 다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환경연구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상의 입지 적정성이 아닌 국립공원위가 우려했던 7가지 조건 중 3가지 조건에 대한 검토한 것”이라며 “한 장관이 발언한 내용은 정확히 사업자가 환경부에 대응해 온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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