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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도 제주 2공항 ‘부정적’···조류 충돌 위험 5배 높아

김기범 기자    강한들 기자

환경연구원 “국토부안, 문제 해결 미흡”

“조류 충돌 잦은 김포·인천보다 위험 커”

환경부, 검토의견 비공개에 은폐 논란도

제주 제2공항의 사업예정지 주변에 철새들이 모여 있다.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제주 제2공항의 사업예정지 주변에 철새들이 모여 있다.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뒤 ‘부정적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6일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주 제2공항 사업자인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면서 “전문기관들이 입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검토 의견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한국환경연구원까지 전문기관 4곳이 제주 제2공항에 부정적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경부가 그동안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이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8일 정의당 심상정, 이은주 국회의원이 공개한 환경연구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을 보면 환경연구원은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으로는 조류 보호나 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성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일의 환경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연구원이 ‘입지 타당성에 있어 조류 보호·안전성 문제가 있으며 국토부 대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관련 검토의견. 이은주 의원실 제공.

한국환경연구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관련 검토의견. 이은주 의원실 제공.

환경연구원은 “계획부지 주변에 중요 철새도래지가 분포하고 있어 저어새, 큰기러기, 흑로 등 다수의 국제적 보호종 및 멸종위기종 등이 도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시 제출된 본 평가서에서도 법정보호종과 종의 서식지역에 대한 보존 노력과 항공 비행안전을 위한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방안이 독립적으로 수립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환경연구원은 제주 제2공항의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이 기존 제주 공항보다 2.7~8.3배 높은 점을 지적했다. 제주 제2 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은 현재 운영 중인 공항 중 조류 충돌 피해가 가장 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1.6~4.9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연구원은 “철새 도래지 주변 조류 서식지역에 대한 퇴치활동 강화가 불가피하다”며 “보전 노력과 상충할 가능성이 매우 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조류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포획, 살상까지 동원해야 해 ‘보전’이라는 목표와 ‘안전’이라는 목표가 크게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지도.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지도.

환경연구원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데 사용한 과학적 근거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이상적 자유 분포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 모델은 동물의 서식 밀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적정하게 분산된다고 본다. 환경연구원은 “(이 모델을 공항 건설 같은) 서식지 교란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활용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립생물자원관도 조류 영향 조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심상정 의원이 받은 국립생물자원관 검토의견을 보면 국토부는 지난해 수행한 현지 조사에서 조사 범위 내에 나타난 조류 종수를 단순 합산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를 과소 평가라고 봤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격자별 조류 개체수로 비교하면 공항 계획 부지 내 조류 개체수가 평균 이상”이라며 “동일 면적으로 평가했을 때 계획 지구 내에 텃새류, 번식 조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항 건설에 따라 계획 지구 내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영향 평가 및 저감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서에는 공항 계획지구 바깥에서의 조류 영향 저감 대책만 제시돼 있다.

조류 충돌 가능성을 평가하는데서도 오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떼까마귀의 충돌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면서 떼까마귀의 충돌 심각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15개 공항 등에서 발생한 조류 종별 총 충돌 건수 중 피해 건수를 ‘심각성’의 평가 지수로 사용했는데, 각 공항이 있는 지역마다 출현 조류 종과 개체수 크기가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며 “심각성 평가는 지역에 서식하는 종의 특징을 고려해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관련 검토의견. 심상정 의원실 제공.

국립생물자원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관련 검토의견. 심상정 의원실 제공.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제주환경단체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기관 의견서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제주환경단체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기관 의견서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환경연구원은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서도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제주도 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평가서에 제시된 주민의견 수렴 관련 내용은 2019년에 국한되고 있다”며 “해당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 전략환경영향평가 재추진에 대한 도민 공감대 형성이 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환경연구원은 2019년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본안, 보완의 검토 의견에서 줄곧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생물 다양성 및 서식지역의 지속성 측면에서 부합성이 낮고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계획과 생태적 보존 가치가 상충해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환경부는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이창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은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 중 환경부가 해석하기에 문건만으로는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을 했다”며 “협의 과정에서 환경연구원도 우려를 제기하긴 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관리를 해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지 부적정을 판단하는 것은 환경부가 검토 기관과 협의를 하고 논의를 해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전문기관의 부정적인 의견을 은폐하기 위해 검토의견을 비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달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나 이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같은 경우 국회 요구에도 검토의견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이은주 의원은 “입지 타당성이 적정하지 않은 곳에 공항을 만들려고 하니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상황이 이럼에도 환경부가 ‘전문기관들도 입지 선정의 타당성을 인정했다’며 조건부 협의를 해준 것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입지 타당성부터 주민 소통까지 2019년 대책에서 진전된 바가 없다고 (검토 기관이) 지적하는데 그동안 무엇을 보완한 것이냐”며 “(국토부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주도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당장 수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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