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개서 스파크 ‘발화’…데이터센터 설계·관리 도마에

이윤정 기자

카카오, 판교에 서버 3만대 몰아넣고 ‘미러사이트’ 구축 안 해

이용자 피해 보상 자체 진행 후 SK C&C에 구상권 청구 예정

<b>분주한 복구작업</b>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17일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분주한 복구작업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17일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비상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된 카카오 서비스 오류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를 다른 곳에 복제해 두는 ‘이중화’ 조치 등 DR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판교데이터센터에 서버 3만2000대를 몰아놓은 것이 문제였다. 메인 시스템을 여러 데이터센터에 고르게 구축하는 완전 이중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DR 시스템은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뉜다. 비상시에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DR은 ‘미러사이트’다. 주 업무 환경과 거의 동일한 환경의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것으로 비상시 복구목표시간(RTO)이 몇분 내로 짧다. ‘핫사이트’는 주 시스템과 맞먹는 설비를 마련해놓았지만 평소에는 대기 상태로 두는 경우다. 이 경우 RTO는 4시간까지 늘어난다. ‘웜사이트’는 주 컴퓨터는 없지만 디스크 드라이브 등의 설비를 가지고 있는 백업 시스템이다. ‘콜드사이트’는 전산장비 없이 공간만 예비로 마련해둔 경우다.

특히 카카오처럼 대다수 국민이 쓰는 메신저라면 ‘미러사이트’ 수준의 강력한 DR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운영 규모를 고려하면 모든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DR을 구축했어야 한다”면서도 “SK C&C에 구축한 서버와 동일한 규모로 다른 데이터센터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비용은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전송 데이터가 방대해 이중화 작업을 했더라도 서비스가 쉽게 연동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가 긴급복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점이 비판의 중심에 섰지만, SK C&C도 부실하게 데이터센터를 관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식 결과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다. 폐쇄회로(CC)TV에는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한 정황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발화부는 배터리 모듈 내부로 추정됐다.

이번 화재가 의도적 방화나 테러가 아니라면, SK C&C 데이터센터 설계와 관리 자체의 문제가 제기된다. 불이 난 곳은 지하 3층인데, 주력 입주사들의 임대공간 서버 전원을 모두 차단한 것이 애초부터 화재에 취약한 구조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SK C&C가 이중 삼중으로 대비했다는 비상전력공급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용자 피해 보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KT는 피해 고객과 소상공인들에게 몇천원 수준의 피해 보상액을 지급했는데, 전체 규모는 350억~40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이용비로 수백억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넘어서는 규모의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Today`s HOT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