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안 되니 오히려 좋아” 한쪽에선 미소 짓는 사람들

이유진·강연주 기자
“카톡 안 되니 오히려 좋아” 한쪽에선 미소 짓는 사람들

“24시간 울리는 ‘톡 알림’
신경 안 쓰니 묘한 해방감”

SNS 통한 과잉 연결 사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내심 월요일까지 안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죠.”

4년차 직장인 한모씨(30)는 17일 카카오톡(카톡) 서비스가 마비된 지난 주말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업무상 카톡을 많이 사용하는데, 아예 신경을 안 써도 돼서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단톡방(단체 대화방)이나 오픈 카톡방을 통해 타인과 쓸데없는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너무 많이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이틀 가까이 먹통이 됐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와중에 “단절이 주는 평온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카톡을 중심으로 24시간 연결됐던 이들은 잠시나마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누렸다고 했다.

6년차 직장인 강모씨(28)는 “남들은 다 카톡 오류로 불편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해방감을 느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다”고 했다. 강씨는 “카톡에 업무, 일상 등 모든 소통을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며 “카톡 알림 표시나 상대방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표시하는 말풍선 옆 숫자에 너무 매몰됐었나 싶더라”고 했다.

‘디지털 태생’으로 불리는 10·20대에게도 이번 경험은 특별했다. 대학생 김주현씨(21)는 “휴대전화를 쓰기 시작한 이래 카톡 없이 지낸 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대학교, 중·고등학교, 재수학원 시절까지 포함하면 단톡방이 12개 정도 있다”며 “주말 평균 3~4개 단톡방은 꼭 울리는데 그런 게 없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모군은 “학원 마칠 때 엄마랑 카톡이 아닌 문자로 연락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며 “카톡은 휴대전화에 그냥 깔린 건 줄 알았는데, 고장도 나는 건 처음 알았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 이후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초연결을 넘어 과잉연결 사회가 됐던 것이 아닌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임 교수는 “기성세대조차도 카톡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컸다. 일부는 금단 증상처럼 불안을 느꼈고, 반대로 카톡을 통해 지시를 받거나 관리를 받는 처지에 있던 이들은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플랫폼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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