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독과점 문제’ 수면 위로

유정인·심진용 기자

윤 대통령 “국가가 제도적 대응해야”…플랫폼 직접 규제 가능성 시사

대통령실 “자율규제와 배치되는 개념 아냐”…정치권선 법 개정 착수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부상한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에 국가가 제도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플랫폼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규제를 시사한 것으로 읽히는 발언이다. 민간 중심·규제완화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 흐름과 상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원론적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독과점에 따른 시장 왜곡 대응을 강조하고, 여야가 입법 차원의 재발방지책 마련을 공언하고 있어 대형 플랫폼기업의 독과점 구조 등에 대한 제도 손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독과점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의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두고는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에 공적 성격을 부여하면서 정부 개입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한 민간 중심 경제와 규제완화를 내세워왔다. 이날도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율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공정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 배분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가의 대응과 공정위 검토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대형 플랫폼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겨냥한 제도 손질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은 공정위가 원래 진행하던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필요한 제도적 보완책이 있는지 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윤 대통령 발언이 시장 자유와 온라인플랫폼 민간 자율규제를 강조하던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구체적 사안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과점으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말씀”이라며 “자율규제와 배치되는 개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정위를 직접 언급한 것을 두고도 “(이번에 불거진) 다양한 문제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가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여야,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카카오·네이버 포함 추진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자유를 재차 강조하면서 기업의 책임 방기는 “자율규제 원칙과 철학에 배치된다”고 했다.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개입이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수석은 다만 “긴급 상황 시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원상태로 돌리는 일은 기업의 책무이고 사회적 약속”이라며 “독과점 플랫폼기업이 ‘시스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독과점에 따른 제도적 보완점을 보는 것과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등을 조정하는 자율규제 부분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카카오 대란에 대한 대통령실 차원의 대응 초점을 ‘사이버안보’에 맞췄다. 국가안보실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밝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이 참석하는 사이버안보상황점검회의도 열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생활의 불편을 넘어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사이버안보 전반을 큰 틀에서 점검해나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여야는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입법 차원의 재발방지책 마련에 착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가안보와 국민 생활 보호 측면에서 개별 기업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 관련법을 정비해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재 국민의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카카오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 서비스 기업을 국가재난관리 체계에 포함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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