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널 때 스마트폰 화면 자동 차단…전국 첫 35m 첨단 횡단보도 ‘안심’

글·사진 권기정 기자

부산 남구 ‘첨단 건널목’

부산 남구 대연동 연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2일 오전 교사들의 보행지도를 받으며 등교하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 연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2일 오전 교사들의 보행지도를 받으며 등교하고 있다.

운전자엔 전광판 통해 경고
‘스몸비 깨움장치’ 등에 호평
스쿨존 교통사고 위험 줄여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가운데 폭이 가장 넓은 35m의 ‘광폭 횡단보도’가 3월 개학에 맞춰 이달 초 부산 남구에 등장했다. 각종 첨단장비가 총동원돼 ‘스마트 횡단보도’로도 불린다. 주민들은 이 횡단보도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8시30분 부산 남구 대연동 연포초등학교 정문 앞. 등굣길 학생들이 신호등 불이 바뀌자 손을 들고 건널목을 건넜다. 주민으로 구성된 스쿨존교통지원봉사단원 5명과 연포초 교사 2명, 연포초 배움터지킴이 1명, 학교 맞은편 대단지 아파트(3149가구)의 경비원 등이 나와 등굣길 안전보행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남구 문현동과 대연동을 연결하는 도로인 데다 학교 바로 옆 남구청을 드나드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이어서 차량 속도도 높아지는 구간이다. 전교생 1250여명이 대부분 정문을 통해 등하교하고, 인도가 좁아 차도로 들어가는 학생도 많았다.

이에 부산 남구는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기로 했다. 남구 관계자는 “폭 16m와 19m짜리 횡단보도 2개를 이어 붙여 ‘광폭’으로 넓혔다”며 “낡은 아스팔트는 걷어내고 재포장한 뒤 각종 첨단장비를 장착했다”고 밝혔다.

우선 운전자가 잘 볼 수 있도록 건널목 상공에 ‘보행자 주의’라는 경고문이 뜨는 LED전광판과 ‘시속 30㎞ 이하’ 주행을 알리는 표지판·교통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보행자를 위해서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식발판을 깔았다. 정지선 감지기능을 장착한 음성안내기는 차도를 침범하거나 침범우려가 있는 보행자에게 ‘위험하오니 차도로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경고한다. 건널목에는 비행기 활주로처럼 가장자리에 LED 유도등을 설치했다. 유도등은 출·일몰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제어된다. 특유의 강한 빛이 건널목을 강조해 운전자가 멀리서 알아보고 속도를 줄이거나 조심 운전을 하게 된다.

특히 ‘스몸비 깨움장치’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일컫는 합성어이다.

남구와 연포초는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스쿨존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앱을 설치한 학생이 횡단보도 주변(1m 이내)에 접근하면 10~30초가량 알림창이 뜨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자동으로 차단한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던 학생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된다.

학생들은 “알림창이 뜨는 것이 신기하다”며 “알림창이 떠서 앞을 쳐다보면 교장 선생님이 나와 계신다”고 말했다. 권영민 연포초 교장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등교하는 학생들도 횡단보도 부근에서 알림창이 뜨면 자동차가 오는지 좌우를 살핀다”며 “자연스럽게 안전교육과 안전지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3억원의 예산으로 꾸민 안전한 통학로로 효과가 좋다고 판단돼 다른 어린이보호구역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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