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막은 내 아이 말문…‘발달 이상’인지 살펴드려요

글·사진 박용필 기자

전국 최초 영·유아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무료 검사 현장 가보니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에서 나온 상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햇살어린이집에서 한 원아를 대상으로 발달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에서 나온 상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햇살어린이집에서 한 원아를 대상으로 발달 검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 거리 두기 겪은 18~30개월 원아 대상 무료 발달 검사
작년 조사서 33%가 발달 어려움 판정에 어린이집 방문 시행
2000명 모집에 2만명 지원 인기에 시 “내년 예산·검사 확대”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일상이 지난 3년간 이어지면서 영·유아들의 인지 및 언어 발달에 신경 쓰는 부모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아이의 발달 지연 여부를 검사받기까지는 병원에선 1~2년 대기해야 하고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지원하는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를 지난달 동작구 대방동에 열고 어린이집 원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발달검사에 나섰다. 센터는 시내 어린이집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원아들에 대해 무료로 발달검사를 실시한 후 심층 상담, 치료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발달 검사를 받고 있는 서울 용산 햇살어린이집의 원아.

발달 검사를 받고 있는 서울 용산 햇살어린이집의 원아.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햇살어린이집에선 오전 10시부터 관련 검사가 시작됐다. 생후 18~30개월 아이들은 교사의 안내에 따라 차례대로 그림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말을 듣고 그에 해당하는 그림이나 모양 고르기 등 활동을 했다. 모든 검사 과정은 촬영됐다. 아이가 보인 표정, 몸짓, 태도 등에 대한 영상분석을 위해서다.

이날 검사를 수행한 안수인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선임상담사는 “언어능력과 인지능력, 운동능력과 사회 정서 등이 모두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며 “언어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면 행동으로 표출하게 되고 이는 폭력성으로 이어져 사회 정서를 형성하는 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발달 지연은 자연히 회복되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뇌 발달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는 만 3세 이전에 적절한 개입이 이뤄져야 회복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 시기 영·유아들을 우선 검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신은경 햇살어린이집 원장은 “코로나19 유행기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교사들이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어 입 모양을 보고 말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해 학부모들께 이번 검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의 경우 원아 46명 중 30여명의 학부모들이 검사를 신청했다. 검사 대상인 생후 18개월에서 30개월 원아들은 거의 전부 검사를 받았다. 학부모 윤수미씨는 “영·유아 부모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 중 절반 정도가 코로나19 때문에 아이의 언어나 정서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내용”이라며 “우리 아이는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지만 불안해서 검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말 0세부터 5세 사이의 관내 어린이집 원아 54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33%(152명)가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올해 어린이집 원아 학부모들에게 신청받아 2000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2만명이 넘게 몰렸다. 학부모들의 큰 관심에 서울시는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발달검사에 대해서도 10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서울에 사는 18∼30개월 유아로 검사는 월 1회씩 총 2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서울시 담당자는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 더 많은 아이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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