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광객 안내 한다더니···고3 실습생, ‘잠수작업’하다 사망

강현석 기자

사고 당시 요트에 붙은 조개류 제거 작업

현장실습 계획서에도 식사 등 서비스 교육

친구들 “잠수 배웠지만 물 무서워한 친구”

안전사고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안전사고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장 실습을 나간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열흘 만에 해당 사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현장실습계획서’에는 요트에 탑승한 관광객 안내 등의 업무를 배운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잠수작업을 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오전 10시41분 쯤 전남 여수시 웅천동 요트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A군(18)이 물에 빠져 숨졌다. A군은 당시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7t급 요트 바닥에 붙은 해조류와 조개류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작업 후 바다 밖으로 나오려던 A군은 호흡장비를 먼저 벗었다가 잠수를 위해 허리에 찼던 ‘웨이트 밸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군은 지난달 27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해당 요트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시작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여수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관광레저를 배우고 있는 A군은 이 업체에서 요트에 탑승하는 관광객에게 식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 안내 등을 배우기로 했다. 현장실습계획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A군은 실습계획서와는 전혀 다른 위험한 잠수작업을 했다. A군이 수영과 잠수를 잘 하지 못한다는 진술도 있다. A군의 친구들은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학교에서 잠수를 배우기는 했지만 A군은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도 잘 하지 못했다”면서 “그런 친구가 잠수작업을 했다면 틀림없이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A군은 사고 당시 잠수장비 조작에 미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여수해경은 “웨이트 밸트는 5㎏이면 충분한데 A군은 10㎏짜리를 차고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올 때도 웨이트 밸트를 먼저 푼 다운 호흡 장비를 벗어야 하는데 반대로 했다”면서 “잠수장비를 다루는 절차가 미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당시 해당 업체가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정황도 있다. 조사에 나선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측은 “위험한 잠수작업을 하면서도 ‘2인1조’가 아니라 A군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 정황이 있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위험한 작업에 내몰린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실습을 하던 학생들이 숨지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는 생수 공장에서 홀로 일하던 B군이 압착기를 점검하다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같은해 전주에서는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관계기관과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재발 방지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남에서는 현재 고3 학생 536명이 A군처럼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향후 실습생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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