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국가장 논란

지자체 상당수, 조기 게양 않거나 분향소 미설치

강현석·백승목·윤희일·박용근 기자

광주·전남북과 세종시 등

‘국가장법’ 안 따른 첫 사례

대구·경북서도 비판 성명

“전두환 사망 전 법 개정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인 28일 광주시의 한 소방서에 태극기가 정상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인 28일 광주시의 한 소방서에 태극기가 정상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있지만, 전국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조기를 게양하지 않거나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지자체가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사실상 따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세종시가 조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지자체는 분향소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광주시 5개 구와 전남지역 22개 시·군, 전북지역 14개 시·군도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울산시, 강원도, 충남도, 충북도, 경남도는 조기는 게양했지만 분향소는 마련하지 않았다. ‘국가장법’에는 국가장 기간 동안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지자체와 재외공관은 분향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장 기간 조기를 게양해야 하지만 이를 어길 때 벌칙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국가장을 따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지자체들은 모두 조기를 게양하고 분향소도 마련했다.

조기를 게양하지 않은 지자체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군사쿠데타의 장본인이고 5·18민주화운동 학살 책임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국가장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조기 게양 및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5·18 피해자분들과 도민 정서 등을 감안해 조기를 게양하지 않고 분향소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행안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자율적으로 분향소 설치 여부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30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등이 연대한 ‘1991년 열사투쟁 30주년 기념사업 대구경북준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씨는 12·12군사쿠데타의 주범이고 5·18을 무력 진압했다. 1991년 경찰폭력으로 대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모자라 유서대필, 분신배후 등의 사건을 조작하고 방조했다”면서 “노씨에 대한 국가장 예우는 국민통합이 아닌 국론분열 행위”라고 밝혔다. 강원 원주시민연대도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광주 민중항쟁을 짓밟은 책임자에게 온정을 베푸는 행위로, 사회정의를 무색하게 하고 국가기강을 문란시키는 결정”이라고 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또 한 명의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씨가 사망할 경우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부가 노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하면서 현행법대로라면 전씨도 사망할 경우 국가장이 가능하다”면서 “더 이상 국민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국가장법을 개정해 불합리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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