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참사 1년…공사장 44% 여전히 ‘불량 콘크리트’

고귀한 기자    강현석 기자

감사원, 광주·경기도 공사장 18곳 시험

8곳, 압축 강도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아

지난해 12월15일 광주 화정동 한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참사 현장. 이곳에서는 지난해 1월 11일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고귀한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12월15일 광주 화정동 한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참사 현장. 이곳에서는 지난해 1월 11일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고귀한 기자

지난달 12일 강원도 원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숨졌다. 조경공사 하도급업체 소속인 A씨는 완공을 앞둔 1200가구의 아파트 단지에 잔디를 심는 일을 했다. 뒷걸음질 하며 잔디를 심던 A씨는 열려있던 지하주차장 채광창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뚜껑이 닫혀있어야 할 채광창은 사고 10분 전 주차장 콘크리트 작업을 위해 열어뒀지만 추락 방지 시설은 없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을 보면 지난해 12월 한달에만 전국 공사현장에서 1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 6명이 숨진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흘렀지만 전국 공사현장은 불량 콘크리트와 불법 하도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4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10일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실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에서 불량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감사원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3월부터 7월까지 민간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이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와 경기도의 건축공사장 18곳을 대상으로 콘크리트 압축 강도를 비파괴 방식으로 시험한 결과 44%에 해당하는 8곳에서 압축 강도가 기준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콘크리트 강도는 건물 안전성과 직결된다. 화정동 사고 역시 콘크리트 품질 불량이 주원인 이었다.

화정아아파크의 콘크리트 설계 기준 강도는 24㎫(1㎫은 면적 1㎠당 10㎏의 하중을 견디는 것을 말함)이었다. 하지만 붕괴된 건물의 강도는 평균 20㎫ 이었고 가장 낮은 것은 12.7㎫ 였다. 감사원은 콘크리트 타설 중 물을 타거나,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관리(양생 작업)를 제대로 하지 않아 콘트리트 압축 강도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

타설 중 물타기·불법하도급도 여전

이같은 상황은 다른 공사현장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물타기’ 등을 직접 목격한 노동자도 많다. 감사원이 노동자 8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49%인 417명이 ‘콘크리트 타설 중 물타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콘크리트 관리가 부적정하게 이뤄지는 경험을 했다’는 노동자도 60%(511명)에 달했다.

불법하도급도 여전하다. 노동자 53.7%(405명)은 ‘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83%(626명)는 ‘불법하도급이 공사 품질이나 안전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국토부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간 현장점검을 통해 적절한 불법하도급은 1107건에 이른다.

불법 하도급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하도급업체 소속인 경우는 358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자격자가 하도급을 받은 정황이 확인된 경우는 71건이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숨진 노동자 6명도 모두 창호나 소방설비 등 하도급 업체 소속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2017~2021년까지 건설 산업에서 8만187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중 중대재해는 2109건이었고 사망자는 2144명에 달했다. 건설 현장에서만 매년 평균 428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건설회사가 세계 최고의 건물과 교량 등을 수주하고 있는 점을 보면 국내 현장의 사고는 전문성이 아닌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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