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왜 바뀌어야 하나

(2) 무소불위 권한

이범준 기자

사건 발생서 형 집행까지 모든 형사절차 맡는 ‘세계 유일 국가’

한국 검찰의 권한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그나마 비슷한 수준을 찾자면 제국주의 시절 ‘검찰 파쇼’로 비판받았던 일본 검찰이다. 이 말은 1935년 도쿄대의 미노베 다쓰키치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일제가 망한 뒤 일본 검찰의 권한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한국 검찰과 비교할 만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한국 검찰은 명칭부터 권위적이다. 검찰은 행정부 내 17개 부처의 하나인 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하다. 행정부의 외청은 모두 18개인데 수장의 직책은 모두 청장이다. 기상청장, 경찰청장, 특허청장, 산림청장, 통계청장 등이다.

검찰만 수장의 직책을 검찰총장이라고 쓴다. 일본의 검사총장을 흉내냈다는 게 정설이다.

▲ 기소권 독점에 ‘무리수’ 잦아
명칭 인플레, 차관급 이상 55명
특검제도도 사실상 효과 없어

명칭의 인플레는 인사로 이어진다. 다른 부처의 외청에는 1명뿐인 차관급 이상의 자리가 검찰에는 55개나 있다.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차관급 자리를 구분하고 있다. 검찰의 차관급 자리는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관용차가 나오는 자리다. 이 자리는 검사들이 독점한다. 법무부에서 똑같은 국장인데도 검사 출신의 검찰국장은 관용차가 나오지만, 검사 출신이 아닌 교정국장과 인권국장에겐 관용차가 없다.

조직이나 인사와 관련해 검사들은 “우리는 사법부에 대응하는 준사법기관인 데다, 법원에 비하면 차관급이 절반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은 국회의원 300명으로 구성된 입법부,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와 함께 3부를 구성해 단계 자체가 다르다. 만약 준사법기관이라고 한다면 검사들이 전 세계 영사관에 파견되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한국 검찰의 핵심 권한은 독점적인 기소권이다. 기소를 하든, 안 하든 검찰이 결정한다. 한국에서 사람을 형사재판에 붙이는 사람은 검사뿐인데, 검사에게는 죄가 있어도 기소 안 할 권한까지 있다. 마음대로 사건을 묻어버릴 수가 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는 안 그렇다. 프랑스는 개인도 형사재판을 걸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독일은 죄가 발견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기소법정주의 국가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생긴 뒤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판단해 취소한 사건이 있는데, 검찰은 취소 결정을 받자마자 다시 불기소했다. 한 전직 재판관은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고 했다. 무리한 기소가 무죄로 판명나는 것과 달리 이런 권한에는 아무런 제어 방법이 없다. 최근에는 법이 바뀌어 법원이 기소토록 명령하고 있지만, 검사들이 법정에서 무죄를 구형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가 특별검사를 만들어 보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을 초기에 보지 못하면 뒤늦게 특검 아니라 특특검이 와도 소용없다. 사건 다 헤집어보고 감출 것 감춰서 무혐의 만드는데 그걸 어떤 수로 처리하느냐”고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11번 특검이 있었지만 처음 엉터리 수사를 한 검사들을 기소한 예가 없다.

한국 검찰은 또 전국을 관할하는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사건의 발생부터 형의 집행까지 모든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미국에서 주 검사장은 선출직이고, 연방검찰과 직접 관련도 없다. 독일도 지방검찰로 나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이 전국을 장악하고, 여기에 수사권, 기소권, 재판진행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일본 검찰도 전국 조직이지만 권한이 작다. 일본 검찰은 예외적으로 수사가 가능한 2차수사권이 있을 뿐이다.

대검 중수부 같은 기형 조직은 일본에도 없다. 대검찰청의 모델인 일본 최고 검찰청은 행정조직이다. 당연히 수사검사가 없다. 주요 사건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검에는 중수부가 있다. 1981년 전두환 정부에서 만들었다. 중수부 존치를 주장하는 검사들은 “총장 직속이라야 눈치 안 보고 수사한다. 지검장들은 차기 총장을 노리기 때문에 제대로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전국 검사들을 인사의 노예로 비하하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의 얘기다. 오히려 총장 직속이라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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